세계 최고 기술과 수주 능력을 갖췄다고 자부했던 한국 배터리 산업이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의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기업이 된 CATL이 ‘안방 호랑이’에서 벗어나 북미·유럽·동남아로 생산기지를 확대하며 한국 업체와 본격적인 배터리 전쟁에 나선 것이다.
CATL의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32.6%다. 이미 한국 배터리 3사를 합친 점유율(30.4%)을 넘어섰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 점유율도 12.9%로 전년의 2배로 훌쩍 올라섰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동시 생산하는 세계 유일한 회사 BYD는 올해 1~2월 배터리 점유율이 전년보다 2배 수준(11.9%)으로 치솟으며 LG에너지솔루션(13.8%)을 바짝 쫓아왔다. BYD는 최근 CATL과 함께 올해 테슬라 전기차 100만대 물량의 배터리 수주를 따내면서, 테슬라의 기존 공급사 중 하나인 LG엔솔을 위협하는 경쟁사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수주를 잇달아 따낸 중국 업체들은 중국 밖 생산기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CATL은 2019년 해외에 처음 착공한 독일 공장을 최근 완공해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나선다. 최근 베를린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완공한 테슬라와 전기차로 빠르게 변신 중인 폴크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주요 고객사다. CATL은 최근 한국 업체들이 공을 들이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약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다. 최근엔 동남아까지 전선을 넓혀 인도네시아 국영기업과 7조원대 배터리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궈시안·EVE에너지·엔비전AESC 같은 다른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최근 덩치를 키우며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중국 주요 5개 배터리사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5.7%에서 올해(1~2월) 55.2%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중국이 리튬·코발트·니켈 같은 배터리 핵심 소재 시장을 이미 장악한 상태라 원자재 값이 급등할수록 앞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해진다는 점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중국 배터리는 가격이 싸기만 한 게 아니라 기술력도 상당 수준까지 인정받고 있다”며 “한국 배터리 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