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배터리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를 이동시키는 물질인 전해질로 액체가 아닌 고체를 사용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충전 용량이 기존 배터리보다 2배 이상 크고, 폭발 위험이 적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9일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닛산과 혼다·파나소닉 등 자동차·배터리 제조업체에 약 1205억엔(약 1조2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탈(脫)탄소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기금 2조엔(약 19조원)을 마련했는데, 우선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이 돈을 쓰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발표에 앞서 혼다는 이달 초 430억엔(약 4300억원)을 투자해 2024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공장을 가동하고, 2025년 전기차에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닛산도 가동 중인 전고체 배터리 설비를 공개하고, 미국 NASA(미 항공우주국)와 기술제휴를 발표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 로드맵을 밝혔다.
가장 앞선 회사는 도요타다. 지난해 9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시험용 차량의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마이니치신문이 2011~2020년 전고체 배터리 글로벌 특허를 분석한 결과, 도요타가 901건을 출원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 파나소닉(220건)의 4배 수준이다. 다른 경쟁사보다 2~3년 빠른 시점인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양산·판매할 계획이다. 한때 소니가 리튬이온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전고체 배터리를 빨리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4680 배터리’ 양산에 가장 먼저 뛰어든 파나소닉의 추격도 무섭다. 4680 배터리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전기차에 탑재하면 같은 부피에도 주행거리가 16~20% 늘어난다. 닛케이신문은 “배터리는 각국이 정책 지원을 두고도 경쟁하는 미래 핵심 기술”이라며 “미국은 수조원을 지원하고 중국은 법인세를 낮춰주고, 일본도 기금을 활용해 기업 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