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식자재 중간 도매업을 하는 소상공인 이모씨는 최근 ‘A급 다마스’를 구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 중고차 업체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번번이 허탕이라고 한다. 차량 상태가 괜찮은 다마스는 가격이 800만~900만원으로 출고가와 거의 차이가 없는 데다 그마저도 시장에 나오면 순식간에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이씨는 “작년 단종되기 전에 미리 사둘 걸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저렴한 가격과 기동력 덕분에 ‘자영업자의 발’로 불렸던 경형 화물차 다마스·라보가 단종 1년이 지났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이에 여전히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24일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2019년식 2인승 뉴다마스는 작년 1월 평균 중고가가 585만원에서 올해 1월 543만원으로 42만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2019년식 뉴라보 역시 작년 1월(565만원)과 올해 1월(540만원) 중고 값 차이가 25만원에 불과했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자영업자 수요가 꾸준히 있어 가격 방어가 잘됐다”고 말했다.
다마스·라보는 1991년 출시돼 그동안 38만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였다. 1000만원 이하 출고가에 트럭보다 작으면서 400~500㎏가량의 화물을 실을 수 있어 소상공인들과 함께 전국 골목을 누볐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배달업에 뛰어든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두 차량은 환경 규제와 안전 기준의 벽을 넘지 못했고, 출시 30년 만인 2021년 1분기 단종됐다. 한국GM 관계자는 “워낙 가격이 싼 차량이다 보니 수익이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 기준 충족을 위한 대대적 설비 투자가 어려웠다”고 했다.
단종 이후 두 차량을 대체할 ‘새로운 발’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중고차 품귀 현상이 계속됐다. 한때 현대차의 포터, 기아의 봉고 등이 떠올랐지만, 자영업자에겐 1600만원대 가격이 장벽이 됐다. 세탁물 배달업체 사장 A씨는 “900만원대 다마스를 쓰다가 1600만원대 포터를 사려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했다. 중국의 초저가 전기차는 충전 시간과 수리 문제 등으로 아직은 자영업자들의 외면을 받는 신세다.
중고차 판매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가 SUV나 대형 차량 생산 위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마스·라보 같은 차량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당분간 중고 다마스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