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리튬 생산 업체는 중국 1위 업체인 간펑리튬이다. 2020년만 해도 글로벌 리튬 시장은 자본력을 앞세운 미국의 앨버말과 리튬 매장량이 풍부한 남미에 거점을 둔 칠레 SQM이 절대 강자였다. 그런데 후발 주자였던 간펑리튬이 지난해 리튬 채굴 업체와 광산 등을 잇따라 인수해 글로벌 리튬 생산량 1위로 도약한 것이다. 글로벌 리튬 공급 시장에서 간펑리튬과 티안키리튬 등 중국 업체의 비중은 무려 65%(블룸버그 추정)에 이른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약진은 압도적인 원재료 시장 장악력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중국이 손에 넣은 리튬 광산에서 값싸게 원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배터리 산업 육성과 동시에 원자재 확보를 위해 국가전략 차원에서 투자를 해왔다. 간펑리튬 등 주요 배터리 원자재 업체들은 수천억원을 들여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 리튬 광산을 소유한 영국·네덜란드 채굴 업체를 인수했다. 아르헨티나 광산 인수를 두고도 간펑리튬과 CATL이 다툴 만큼, 공격적으로 세계 광산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남미·아프리카 등 제3세계를 대상으로 한 자원 외교에 주력해왔다. 그렇게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자원 전쟁에서 힘을 발하고 있다. 예컨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2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남미는 전 세계 리튬의 절반 이상이 매장된 곳이다. 시장에서 중국의 리튬 독점 우려가 나오자 일대일로 서명 직후 리튬 가격이 뛰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위험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산업에 실제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GM은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리튬 추출 프로젝트에 투자했고, 포드도 호주 등 글로벌 리튬 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직접 배터리 원자재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전기차 가격 경쟁에서 앞서야 하는 미국 회사들은 값싼 중국 배터리 원자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 배터리 업계도 원자재 조달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뛰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3월 아르헨티나 염호에 약 5조원을 투자해 직접 리튬 생산에 나섰고,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사업엔 중국 화유코발트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 중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삼성SDI는 간펑리튬 지분 1.8%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투자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