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과 일본에 잇따라 공장 신설 계획을 밝히고 있다. 반도체 소재·장비 최강자인 미국·일본이 파운드리(위탁생산) 최강자인 대만에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인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경제 안보를 공고히 하는 강력한 ‘반도체 삼각 동맹’ 구축에 나선 것이다.
TSMC는 지난 21일 일본 구마모토현에 9800억엔(약 10조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일본 정부가 투자금의 절반 가까운 4000억엔(약 4조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일본 국회는 작년 12월 첨단 반도체 공장 신·증설 때 비용의 절반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 개정까지 했다. 소니와 덴소는 지분 투자에 참여해 2024년부터 필요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경제 안보’를 최대 화두 중 하나로 삼고, 공급난이 심각한 반도체 자립을 위해 TSMC 유치를 추진해왔다.
지난 26일엔 대만 3위 파운드리 업체 UMC가 일본 미에현 공장에 덴소와 협업해 전력을 제어하는 파워반도체 생산 라인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UMC는 덴소가 설계한 파워반도체를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돌입, 2025년까지 12인치 웨이퍼를 월 1만장 생산하기로 했다.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UMC 역시 일본 경제산업성의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고 닛케이신문은 보도했다.
TSMC는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에 부응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5나노(㎚·1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미터)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는 이 공장에서 2024년부터 12인치 반도체 웨이퍼를 월 2만장 양산한다. 앞으로 10~15년에 걸쳐 공장 5개를 더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에 공장을 늘려온 TSMC의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미국 내 공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왔고, 대만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반도체 기술을 미사일보다 더 큰 무기로 활용하려고 한다”며 “미국·일본·대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3국의 경제동맹은 더 끈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