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영업이익률은 12.1%, 한국 영업이익률은 1.5%.’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한국 법인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지난해 매출 1조840억원, 영업이익 16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률로 환산하면 1.5%로 1억원짜리 차 1대를 팔아 150만원을 남긴 셈이다. 그런데 테슬라 본사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난해 테슬라는 매출 538억2300만 달러(약 68조6243억원), 영업이익 65억달러(8조2875억원), 영업이익률 12.1%를 기록했다. 똑같은 제품을 팔았는데 글로벌 시장에선 두 자릿수인 영업이익률이 한국에선 한 자릿수로 뚝 떨어진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에선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면서도 한국에선 쥐꼬리 이익률을 공시해 눈총을 받고 있다. 한국 매출이 크게 올라 주요 제품의 출시를 서두를 만큼 장사는 잘되는데, 영업수지가 유독 초라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법인세 기준이 되는 과세 대상 이득을 고의로 낮추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내에서 이들이 벌어간 이득에 대해 제대로 된 과세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만 고전한다고? 글로벌 시장에선 12% 이익률 한국시장선 1.5% ‘쥐꼬리 공시’
다른 글로벌 완성차들도 마찬가지다. 포르셰는 지난해 매출 331억 유로(44조5108억), 영업이익 53억 유로(7조1271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이 16%다.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역시 사정이 달라진다. 최근 포르쉐코리아는 매출 1조290억원, 영업이익 379억원의 지난해 실적을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은 고작 3.7%에 그쳤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도 지난해 매출 6조1212억원, 영업이익 217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5%에 불과했지만 독일 본사가 내놓은 지난해 성적표에선 17.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BMW도 본사 영업이익률(12%)이 한국(2.1%)보다 5배 이상 높다.
완성차 업계에선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이익을 낮추는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1억원 넘는 차를 팔며 고작 2~3%대 영업이익률을 나타내는 건 일종의 왜곡”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국세청은 벤츠코리아에 600억원대 법인세를 추가로 물리기도 했다. 세금이 적은 나라에 이익을 몰아주는 ‘이익 해외 이전’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익 규모를 줄이는 것은 자동차 업계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29.8%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지만, 한국 법인은 1.5% 영업이익률을 공시했다. 넷플릭스코리아, 구글코리아 등도 글로벌 영업이익과는 동떨어진 1~2%대 영업이익률을 공시하고 있다.
◇판매상일 뿐이라는 국내 법인, 과도한 매출원가 도마 위에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법인들은 이에 대해 “제조 시설이 있는 본사와 판매만 하는 국내 법인의 구조가 다르다”며 “국내 법인은 판매만 해 이익이 낮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글로벌 본사가 국내에 상품을 비싸게 팔아 매출원가를 높이는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1조840억원의 매출을 올린 테슬라코리아는 상품 매입액으로만 9993억원을 사용했고, 매출 1조290억원을 기록한 포르쉐코리아는 9537억원을 상품 매입액으로 공시했다. 4조6730억원의 매출을 공시한 BMW코리아는 매입액으로 4조700억원을 썼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지나치게 높은 값에 차를 들여와서 국내 판매법인 이득을 낮추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껏 이익을 줄인 뒤 확정된 순이익도 대부분 배당을 통해 본국으로 보내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00%인 1480억원을 독일 본사 등에 배당했고 포르쉐코리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86억원보다 많은 404억원을 본사로 송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