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출시돼 최초의 SUV로 꼽히는 '스카우트' /나비스타 인터내셔널

독일 폴크스바겐이 11일(현지시각) 1960년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최초의 SUV 스카우트를 전기차로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작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스카우트 제조사 나비스타 인터내셔널를 인수했다. 과거 인터내셔널 하베스터라는 이름으로 지프와 함께 SUV를 시장에 처음 내놓아 유명했던 회사는 스카우트의 단종과 후속 모델 흥행 참패 이후 현재 중소 트럭 제조사가 됐다. 폴크스바겐은 이 회사를 인수해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스카우트를 전기차로 만들어 다시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1조2000억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해 미국 내 공장을 짓고,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세웠다. 연 목표 판매량은 25만대 이상으로, 5% 내외에 불과한 폴크스바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기폭제로 스카우트 전기차를 앞세우겠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이 최근 뉴욕모터쇼에 전시한 '전기차 ID.버즈'. /UPI연합뉴스

자동차 업계에 지나간 모델을 되살려 전기차로 재출시하거나, 과거 모델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신차를 내놓은 형식의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이외에도 비틀(딱정벌레 모양 소형차)와 ID.버즈 등의 수십년전 모델의 전기차 버전 시제품을 올해초 선보였다. 한국 현대자동차도 이 바람에 합세했다. 작년 출시된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5는 과거 포니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현대차는 내년 신형 그랜저를 출시할 계획인데, 신형 디자인의 기준이 되는 콘셉트카는 일명 ‘각그랜저’라 불리는 과거 디자인을 따왔다. 현대는 과거 그랜저에 탑재했던 원포크 운전대 등 다양한 복고 디자인 요소를 신형 그랜저에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콘셉트카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의 스티어링 휠과 실내 모습. /현대차 제공

이러한 복고 모델의 인기는 익숙한 것 속에 새로움을 전하는 방식 중 하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여러 기술이 급속하게 자동차에 도입되면서, 소비자들이 따라가기 힘든 변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친숙한 차의 이름, 익숙한 디자인 요소를 도입해 신차와 좀 더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일종의 마케팅 포인트인 것이다.

실제 미국 포드는 이런 복고 전략의 효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포드는 “포드 자동차를 처음 구매하는 고객의 70%가 매버릭, 브롱코, 머스탱 전기차 등 다시 부활한 옛 차를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1960년대 첫 출시 이후 25년 동안 단종됐었던 SUV 브롱코를 작년 시장에 내놓았다. 미국 내 예약 구매자만 2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최근 국내 시장에도 출시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3일 오전 서울 성동구 S-팩토리에서 모델이 포드 SUV 모델 '뉴 포드 브롱코'를 소개하고 있다. 이번 출시된 '뉴 포드 브롱코'는 1996년 생산이 중단된 후 25년 만에 생산이 재개된 모델이다. 2022.3.3/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