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값이 휘발유 값을 추월하면서 디젤차의 몰락이 더 빨라지고 있다. 가솔린차보다 차량 값이 비싼 디젤차는 저렴한 연료 값이 유일한 장점이었지만, 이제 그 장점마저 사라진 탓이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및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팔린 디젤차는 4만3517대(국산 3만4593대, 수입 8924대)였다. 작년 1분기(7만4346대) 대비 판매량이 41.5% 감소하며 거의 반 토막 난 것이다.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디젤차 비율은 13.5%로, 5년 전(2017년, 36.4%)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세 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는 디젤차는 각국 정부의 강력한 환경 규제의 타깃이 돼왔다. 완성차 업체들이 디젤차에 고가의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추가 장착하면서 연료 효율은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지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경유 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디젤차를 사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줄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1일 전국 평균 경유 값은 1947.6원으로 휘발유 값(1946.1원)을 14년 만에 추월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유 수입의 60%를 러시아에 의존하던 유럽(EU)의 경유 재고가 바닥나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디젤 차종은 단종시키고 가솔린·하이브리드 차종을 늘리고 있다. 국내 완성차 5사가 올해 1분기 판매한 디젤 승용 모델은 총 16종으로, 4년 전(2018년, 40종)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수입차 역시 25개 브랜드 중 16개 브랜드는 현재 아예 디젤 모델을 판매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