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는 24일(현지시각) 전일 대비 6.93% 하락한 628달러에 마감했다. 작년 11월 최고점 1243달러, 올해 4월 1145달러에 달했던 테슬라 주가는 최고점 대비 반토막, 전달 대비 45%나 하락한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 공개 직후 S&P 500 지수가 13%, S&P 500 경기 소비재 부문이 26% 하락한 데 비해 테슬라는 40% 이상 급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S&P 500대 기업에서 테슬라는 7번째로 크게 하락한 회사다.
시대를 앞서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 전체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테슬라 주가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발표와 중국 생산 지연 등의 문제가 겹치고, 머스크의 성추행 의혹 등 창업자 리스크까지 겹친 탓이다. 미국 투자업계, 월스트리트에서는 줄줄이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일명 서학개미)들의 최대 매수 종목으로 꼽히기도 했던 테슬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오락가락·막말에 성추행 의혹까지… 일론 머스크는 이제 리스크인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트위터 인수 계획을 발표하고 테슬라 보유 주식 85억달러(약10조원) 어치를 매각했다. 창업자 지분 감소와 주식 매도는 직접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뜻을 알 수 없는 행보는 계속됐다. 그는 갑자기 지난 13일 ‘트위터 인수 보류’를 발표했다. 문제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과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 등이 엉키면서 테슬라 주가에 2차 충격을 주고 있다. 창업자 개인의 관심과 목표, 변덕이 직접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론 머스크는 최근 성추행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고, ESG(지속가능경영) 지수에 대한 직접적인 저격과 과거 조 바이든 대통령을 트위터에서 조롱하는 등의 일도 있었다. CEO(최고경영자)가 불필요한 메시지를 계속 시장에 내면서 회사 전체의 리스크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우주 개발과 로켓 등 미래 산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머스크의 과감함이 때로는 빛을 발하지만, 경기 침체와 코로나와 미중 갈등 등 불안한 시장에서는 테슬라에 독이 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 베팅, 발목 잡나
머스크와 테슬라는 일찍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해왔다. 상하이 기가팩토리가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중국내 생산과 함께 판매량도 급증했다. 문제는 코로나 확산과 중국 당국의 강력한 통제가 발목을 잡았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코로나 감염으로 생산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고, 근로자가 공장에서 숙식을 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 돌아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상하이 공장 차량 출하량은 90% 가까이 줄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시장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중국에 베팅한 테슬라의 한 수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테슬라가 이렇게 발목을 잡힌 사이 폴크스바겐, 도요타, 현대차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따라 붙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말 전기차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공개했고,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플랫폼을 공개하면서 전기차 본격 양산 절차에 돌입했다. 포드도 테슬라 사이버트럭에 앞서 전기 픽업트럭을 이달 초 출시하는 등 테슬라 대항마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