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근로자 대표 격인 상생협의회 위원들이 지난달 11일 광주광역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GGM은 반값 임금으로 기업 투자를 유치해 지역 일자리를 늘리자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2019년 설립한 회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정 과제로 추진되면서 광주시(광주그린카진흥원), 현대차, 산업은행 등이 출자하고 노동계가 참여해 ‘완성차 업계의 절반 연봉을 받고 누적 생산 35만대까지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전국 최초의 상생형 지역 일자리 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지난 4월 28일 본사 중앙광장에서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상생의 일터 실천 결의대회'를 가졌다./GGM 제공

하지만 이날 상생협의회는 처우 문제를 이유로 항의 방문에 나섰다. 낮은 연봉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광주시가 주거 지원 등을 포함한 ‘사회적 임금’을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GGM 상생협의회 관계자는 “연 700만원가량 복지를 약속했지만 실지급액은 161만원”이라며 “주 44시간 일하지만 연봉이 3000만원도 안 돼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2020년 3월 채용을 시작해 600여 명이 근무하는 GGM에선 최근까지 50여 명이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용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GGM 직원들이 회사를 ‘이직을 위한 징검다리’로 묘사하며, “연봉이 낮아도 전망이 밝다면 버틸 수 있지만 기대가 적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GGM이 근로 문화를 바꿀 획기적 모델로 묘사돼 온 것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올해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현대차에서 위탁받아 조립·생산하는 경차‘캐스퍼’물량은 5만대다. 2024년 전후로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위탁 물량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GGM이 지난해 9월 15일 처음 생산한 캐스퍼 모습. /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GGM은 지나치게 높은 현대차 의존도, 경영진의 전문성 부족이라는 위험 요소도 함께 안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1~2년 내 GGM이 생산하는 캐스퍼 판매량이 줄면 위험 요인들이 한꺼번에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높은 현대차 의존, 캐스퍼 이후 대안은?

GGM은 출범 당시 현대차와 캐스퍼를 5년간 35만대 생산하는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는 노사 상생 협정서에 담긴 것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과는 다르다. 실제 GGM과 현대차가 올해 정식 계약한 생산 물량은 협약 수준(연간 7만대)에 못 미치는 5만대다. 문제는 현재 인기몰이 중인 캐스퍼 판매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캐스퍼가 속한 경차 시장은 2012년 판매량 20만2844대에서 지난해 9만5267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완성차 업계에선 2024년쯤 캐스퍼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판매량이 줄면 GGM 생산 계약도 줄고 이익도 그만큼 하락할 수밖에 없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개요
GGM의 위험 요소

GGM이 신차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신차를 출시해 판매량이 증가하면 생산을 늘려 마진을 높여야 하지만 GGM의 시간당 생산 대수(UPH)는 25대에 그친다. 국내 완성차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차 출시 초기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품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고 했다. GGM 측은 이에 대해 “생산직 대부분이 아직 숙련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했다.

GGM이 중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캐스퍼 외 다른 차종 일감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일감 배정이 노사 간 최대 이슈인 현대차그룹에 추가 물량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 GGM은 올해 캐스퍼 외 다른 차종 2만대를 배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생존에 허덕이는 한국GM, 쌍용차, 르노 등도 여력이 없긴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캐스퍼를 전기차로 전환해 GGM에서 계속 생산하는 방안을 거론하지만 배터리 탑재 용량이 작은 경차는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낮은 임금, 경쟁력일까 뇌관일까

GGM 측은 이 같은 물량 우려에 대해 “인건비가 파격적으로 낮다는 본질적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현대차 외에 다른 곳에서도 위탁생산할 물량 수주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상생협의회의 반발은 낮은 임금이 언제든 노사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GGM 측은 노사 협약을 통해 5년간 반값 수준의 임금이 고정돼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장연주 광주시의원은 “헌법과 노동법은 노조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 인상과 노동 조건을 개선하도록 보장한다”며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어 언제든 임금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민주노총이 GGM 직원들에게 대거 문자를 보내 가입을 유도하는 일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