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영향으로 현대차 울산 공장 생산 라인이 이틀째 가동 차질을 빚고 있다. 전날 화물연대는 울산 지역 자동차 부품 납품 및 완성차 이송 운행을 전면 중지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완성차 업계 생산 공장을 정면 겨냥했다. 한 가지 부품이라도 물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전체 산업이 마비되는 자동차 업계의 특성을 볼모로 잡은 것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울산 공장 부품 납품, 완성차 이송 등을 담당하는 화물연대 소속 근로자는 1000여명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조합원들의 입차는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1000여명의 인력이 일을 중단하다 보니 부품 조달이 타격을 받는 상황이다. 자동차의 경우 부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 생산 방식(JIT·Just In Time)’으로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부품 일부만 납품되지 않아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8일부터 공장 라인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GV80, 아이오닉5 등 17개 차종, 6000대 가량을 하루평균 생산한다. 비조합원 입차 등으로 생산 라인의 전면 중단은 막고 있어 부품사로의 연쇄 조업 중단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업이 이번 주를 넘겨 장기화하면 연쇄 파동 가능성이 커진다. 화물연대 울산본부는 이날 울산공장 정문 등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며 조합원 차량이 들어올 경우 돌려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완성된 차량을 운송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기아의 경우 광주와 광명 공장 등에서 차량을 실어나르는 카캐리어 운행이 중단돼 생산 물량을 공장 주차장에 수용하기 어렵게 되자, 직원들이 직접 완성차를 몰고 다른 출하장으로 옮기기도 했다. 기아와 계약한 카캐리어 200여대 중 98%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운송이 되지 않으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1년 이상 걸리는 차량 출고 대기 기간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화물 운행이 중단되면서 물류 차질을 호소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이날 도매상과 편의점 업체들은 직접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까지 와서 소주 제품을 나르면서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8일 이천 공장을 직접 찾아와 소주 제품을 직접 찾아간 도매상은 1000여명 정도였다. GS25와 CU같은 편의점 업체도 2.5t짜리 트럭을 끌고 와서 직접 물량을 싣고 있다. GS25 관계자는 “9일 오전에도 소주 제품을 직접 확보하기 위해 하이트진로 공장에 랩핑 트럭을 싣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진입을 막아서 제대로 물량 확보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타이어 업계도 생산한 타이어를 출하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한국타이어 금산 공장은 제조한 타이어의 50%, 대전공장은 30%만 출하가 가능한 상황이다. 두 공장에선 하루에 6만개씩 타이어를 만들고 이 중 70%를 해외로 수출한다. 금호타이어는 평택·광주·곡성 등 국내 공장 3곳에서 아예 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경찰은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공장 앞에서 불법 집회를 한 혐의로 지난 8일 체포된 화물연대 소속 하이트진로 지부장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8일 오전 8시 30분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출하 차량을 가로막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당시 A씨를 비롯한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은 주류를 싣고 공장을 나서던 트럭 밑으로 들어가 운행을 멈추게 하고, 구호를 외치며 화물 운송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 등 15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A씨를 제외한 14명은 불구속 조사 하기로 하고 석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