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화물연대 총파업이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시멘트·레미콘, 자동차 업계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국 시멘트 출하가 사실상 중단돼 레미콘 공장들이 잇따라 가동 중단되고, 현대차 울산공장은 이틀째 생산라인들이 멈춰 서기를 반복해 수천개 자동차 부품사 공장까지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국내 2위 레미콘 업체 삼표산업은 이날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 전국 17곳(수도권 15곳, 지방 2곳) 레미콘 공장의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대형 레미콘 업체인 유진기업과 아주산업 공장도 절반 넘게 멈췄다. 레미콘 업체는 통상 이틀치 정도의 시멘트를 재고로 보유하는데 시멘트 수송이 막히면서 더 이상 생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10일부터는 사실상 전국 레미콘 공장이 셧다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 공장에선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시멘트 전용 화물차가 아닌 일반 트럭으로 운송되는 시멘트 물량까지 봉쇄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7~9일 사흘간 시멘트 출하가 막히면서 45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레미콘이 조달돼야 공사를 할 수 있는 건설업계도 비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다음 주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가 8일부터 자동차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현대차 울산공장은 다수 생산 라인 가동률이 5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총 17개 차종, 하루 평균 5000대를 생산하는데 약 2500대(약 1000억원) 생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부품사 연합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9일 호소문을 내고 “자동차는 ‘적시 공급(Just in time)’ 시스템이라 부품 하나만 없어도 전체가 멈춘다”며 “화물연대 파업은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합은 “완성차 탁송차(카캐리어)에는 안전운임보다 더 높은 운임을 주고 있는데도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수개월째 차를 기다리는 고객 피해까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이어 업계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 출하량이 평소 대비 40% 수준”이라며 “수출용 타이어를 선적해야 할 부산항이 화물연대에 의해 막혀 제품을 배에 실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