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국내 법인이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도 현대차 노조는 올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는 월 기본급 16만50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인상분(7만5000원)의 2배가 넘는 액수다. 노조는 또 지난해 글로벌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5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26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작년 성과급(기본급의 200%+현금 580만원)에 비해 거의 2배를 요구하는 것이다.
노조는 또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1년 더 일할 수 있는 ‘촉탁직’ 제도를 폐지하고 정년(만 60세)을 최대 65세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청년 신규 채용을 거의 안 하면서 촉탁직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중장년층 중심 노조가 청년 일자리를 잠식하면서 고비용 구조를 연장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데, 노조의 요구는 그 같은 구조를 더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차는 19년으로, 높은 고연차 직원 비중이 인건비 부담을 가중하는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만 59세 때 임금 동결, 만 60세 때 10% 삭감 중인 현 임금피크제 관련 협약도 삭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과 1인당 평균 1700만원 수준의 성과급(통상임금의 400%)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GM의 해외 사업 부문 전체가 큰 흑자를 냈으니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 임금을 보전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2014년 이후 한국GM의 누적 적자가 3조7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해 생산 파이를 키워야 하고, 중견 완성차 업체들은 타국 공장 대비 생산성을 높여 수출 물량을 많이 따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래차 준비를 위한 투자 비용이 추가로 드는 점을 감안하면 고비용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