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올 1분기 1조9289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국내 법인만 떼놓고 보면 356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44년 만에 처음 국내 사업 적자를 냈지만 곧바로 회복했다. 당시 연간 적자 폭은 593억원 정도였는데, 이번엔 한 분기에만 6배 수준의 적자를 낸 것이다.
현대차 국내법인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지난 2020년 3분기에도 3264억원 적자를 냈는데 당시엔 세타엔진 리콜에 따른 일시적 비용이 주요 원인이었고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흑자였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 2926억원 분기 적자를 낸 데 이어 이번에 이를 넘어서는 적자를 또 내면서 현대차 국내 공장 적자가 만성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지난 1분기 현대차 국내 공장의 가동률이 96.7%로 사실상 풀 가동에 육박했는데도 대규모 적자를 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고질화된 고임금·저효율 구조로 인해 원자재 가격 상승 같은 외부 요인이 발생할 경우 전혀 대응을 못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GM·르노코리아·쌍용차가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현대차의 국내 사업마저 적자 구조로 돌아선다면 한국 자동차 생태계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차뿐이 아니다. 한국타이어·한온시스템·만도 등 우량 부품사도 지난 1분기 국내에서 적자를 내고, 이를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메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동차 업계 노조는 올해 큰 폭의 기본급 인상을 주장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 생산 규모가 2019년 400만대 아래로 추락한 데 이어 지난해 350만대 선마저 무너졌다”면서 “고비용·저생산성이 고착화되면서 자동차 제조업이 외부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