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지난해 국내 공장 가동률은 100.5%였다. 전체 생산능력이 161만대인데 162만대를 생산해 흑자를 냈다. 하지만 지난 1분기에는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심화되면서 가동률이 96.7%로 하락했고 곧바로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차 미국(86.6%), 터키(90.9%), 인도(85.5%), 체코(83.8%) 같은 해외 공장들이 80~90%의 가동률로도 흑자를 낸 것과 대비된다. 국내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지 못하면 적자를 내는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생산 파이 작아졌는데 원가는 급등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내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 수요 감소, 수입차 점유율 확대로 지속적으로 ‘생산 파이’가 감소하면서 고비용 구조를 감당하기 힘들어졌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가동률 추가 하락과 원자재 값 상승까지 겹치면서 무너져내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 2011~2015년, 450만대 이상을 유지하면서 전성기를 누렸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생산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9년 395만대까지 하락한 데 이어 2020년엔 코로나 사태로 인해 350만대, 2021년 반도체난으로 346만대까지 내려왔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줄어들고 있다. 올 1~4월 누적 생산량은 114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현대차가 공개한 원재료 매입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019년 철광석을 t당 85달러에 구매했지만, 지난 1분기엔 141달러에 구매했다. 알루미늄 t당 가격은 같은 기간 1704달러에서 3280달러로 2배 수준으로 올랐다. 구리 가격도 t당 6181달러에서 9997달러로 급등했다.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 압박도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1분기 직원들의 성과 보상 요구에 따라 전 직원 6만여 명에게 1인당 성과급 400만원(약 2400억원)을 지급하면서 영업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매출에서 재료비와 인건비의 비율인 매출 원가율은 2020년 1분기 80.5%에서 적자가 났던 작년 3분기 86.4%, 지난 1분기 85.7%까지 급격히 치솟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 원가율은 69% 수준”이라며 “매출에서 재료비와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90%에 육박해서는 흑자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임금·저효율 공장은 그대로

현대차의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은 위기에 취약한 고질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차는 국내 공장과 해외 공장의 생산성이 직접 비교되는 지표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현대차 국내 공장 생산성이 해외 대비 현저히 낮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현대차 미국·인도·체코 공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해외 공장들은 파견직 같은 유연한 고용이 가능한 데다 생산 라인이 돌아가는 속도도 빠르다”면서 “현대차 국내 공장이 현대차 전체 공장 중 생산성이 가장 낮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차 1대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이 24.02시간으로 북미 내 공장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효율이 높다. 또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은 1일 3교대로 풀가동하고, 정규직 외에도 인건비가 저렴한 연수 훈련생들을 대거 공정에 투입한다. 또 노조 협의 없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 차종을 변경하거나 전환 배치가 가능하다. 특히 해외 공장들의 편성 효율이 95% 수준에 달하는 반면, 국내 공장은 55~60% 수준으로 해외 공장에서 10명이 할 일을 18~19명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대차 국내 공장 직원들은 생산 라인에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경우까지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해외 공장 직원들이 본진인 울산 공장 견학을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본사에선 절대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애써 막는 경우가 많다”며 “현대차 근로자가 해외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가 된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