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올해 말 출시하는 그랜저 완전변경 모델에 사륜 구동 옵션을 탑재하기로 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1986년 현대차가 그랜저를 출시한 뒤 사륜 구동 모델은 36년 만이다. 최근 사륜구동이 ‘안전 사양’으로 인식되고 선호도가 높아지자, 현대차는 자사 대표 전륜 세단인 그랜저에도 사륜 구동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연말에 나올 그랜저 사륜 구동 옵션의 경우 기본인 전륜 구동 모델 대비 200만~300만원 정도 가격이 높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륜 구동은 원래 눈길에 잘 미끄러지는 후륜 기반 세단이나 험로 주행이 많은 SUV에 필요한 사양으로 인식돼왔다. 현대차도 그동안 SUV 모델과 후륜 차인 제네시스 브랜드에만 사륜 구동을 적용해왔다. 벤츠·BMW·아우디 같은 독일차들이 사륜 구동이 많은 것도 주로 후륜 기반으로 차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사륜 구동 기술 발달로 부품 비용이 낮아지고 소비자 선호도도 높아지면서 사륜 옵션이 대중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아는 전륜 세단 K8에 사륜 옵션을 처음 적용했고, 벤츠는 올 초 준중형 세단 C클래스 신형을 국내 출시하면서 기본 모델에 사륜을 탑재했다.
사륜 구동 수요가 확대되면서 관련 부품 생산 업체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국내 최대 사륜 부품 업체인 현대위아의 경우 주력 사업인 엔진과 공작 기계 사업 부진으로 2018~2020년 연간 영업이익률이 1% 이하에 그쳤지만 올 1분기 영업이익(514억원)은 전년 동기의 2배, 영업이익률은 2.6%까지 올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난으로 완성차 공장들이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현대위아 사륜 부품 공장 가동률은 100%를 넘어서며 풀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