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가 내년 국내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데 합의했다. 국내에 현대차 신규 공장이 들어서는 건 29년 만의 일이다. 12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인 11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15차 교섭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내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 양측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도 하기로 했다. 다만, 임금에 대한 견해차가 남아 있어 파업 시행을 둘러싼 합의가 완전히 타결된 것은 아니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2023년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착공하기로 하고 신공장 차종 이관 등 물량 재편성과 연계해 기존 노후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기로 했다. 새 공장은 전기차 생산 전용 공장이며 2025년 완공이 목표다. 국내에 현대차 공장이 들어서는 건 1996년 아산공장 건설 이후 29년 만이다. 설립 지역과 규모 등은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
신규 공장 건설은 앞서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63조원의 국내 투자를 발표한 것과 연계 돼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에 기아가 경기도 화성에 맞춤형 밴 등 특수목적용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는 게 알려졌다. 이번 노사 합의로 현대차와 기아 모두가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게 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와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신규 공장 건설은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와 들어맞는 면이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전기차를 연간 144만대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14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신규 채용에도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노조는 그동안 조합원 다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매년 2000명 이상 퇴직하면서 신규 채용을 요구해 왔다. 최근 기아가 신규 채용에 나섰기 때문에 현대차의 신규 채용도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양측은 현장 생산 인력(기술직 등) 미래산업 관련 비전 등을 위해 ‘직무 전환 교육’ 등을 포함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키로 했다. 제조솔루션·품질·연구개발 부문 등의 경우 미래산업 관련 능력 개발을 위한 성장 교육 시행과 자격요건, 경험 직무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직무 전환 기회를 부여키로 합의했다.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직원들을 전기차 생산에도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또 노사 대표가 참석하는 ‘국내 공장 대내외 리스크 대응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분기 1회 정례회의를 열고 산업 트렌드, 안전·생산·품질 지표 등을 수시로 공유키로 했다.
다만, 현대차 노사는 임금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추가 제시안을 통해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격려금 등 280%+400만원, 주식 10주, 재래상품권 10만원, 15만 포인트 지급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해 왔다. 노조는 이날 “사측의 임금 제시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현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제시가 없다면 지부는 강력한 쟁의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