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최근 ‘열선 시트’ 기능을 월 2만4000원에 판매하는 것을 포함해 각종 전자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11일 BMW코리아 홈페이지 ‘커넥티드드라이브 스토어’에는 앞좌석 온열 기능뿐 아니라, 운전대 온열 기능은 월 1만3000원, 상향등을 자동으로 켜거나 꺼주는 기능은 월 1만1000원, 블랙박스 기능은 월 1만5000원에 구매가 가능하다고 표시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테슬라가 반자율주행 기능인 ‘FSD(Full Self-Driving)’의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시장에서 호응을 얻자, 완성차업계가 사소한 기능까지 구독 서비스로 만들어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하반기 출시되는 신차(전기차 iX, 7시리즈,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부터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가 도입돼 구독 서비스가 확대된다”며 “다만 홈페이지는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게시한 것이고, 국내에선 열선시트 같은 대중적인 옵션은 기본 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 “못된 것만 배웠다” 부글부글
국내 자동차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는 현대차의 ‘블루링크’ 같은 차량 통신 서비스가 원조 격이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하는 내비게이션과 주행 데이터를 관리해주는 기능으로, 요금이 월 1만원 안팎인 데다 통상 5년은 무료로 해주기 때문에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팔기 시작한 건 테슬라다. 테슬라는 향후 ‘완전자율주행’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FSD 프로그램을 약 900만원에 옵션으로 판매해왔고, 작년부터 미국에선 월 199달러에 구독 가능한 서비스를 추가했다. 테슬라는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폭넓은 차량 제어 기능을 수시로 개선해준다는 강점 덕분에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주요 완성차업체들도 테슬라식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가 자율주행처럼 고난도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지 않은 기능까지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내비게이션·원격 차량 조작 같은 기능에 이어, 뒷바퀴를 10도 꺾는 기능(후륜 조향)을 구독 서비스로 유럽에 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자 한국에선 이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BMW의 구독 서비스 전략이 공개되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주요 온라인 자동차 게시판에는 “열선 다 깔아놓은 차를 팔고, 켜고 끄는 데 돈을 내라는 것이냐” “테슬라한테 못된 것만 배웠다” “현대차는 절대 따라 하지 말길”이라는 비판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업체들 “소프트웨어 구독 진화 불가피”
하지만 완성차업체들은 향후 이 같은 ‘구독 서비스’ 진화가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본으로 탑재됐던 다수 기능을 선택 사양으로 빼놓음으로써 해당 기능이 필요 없는 고객들은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차를 구매할 수 있고, 필요한 만큼만 쓸 수 있다”며 “다양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는 최근 대다수 완성차업계가 지향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열선 기능은 겨울에만 3개월 쓰면 1년에 7만2000원에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만 쓰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할 가능성도 있고, 무제한 사용권 구매자에게는 더 높은 가격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가 FSD 가격을 2019년 600만원대에서 현재 900만원까지 야금야금 올린 것처럼, 향후 업데이트를 이유로 구독료를 인상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단순 기능을 돈벌이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다수 완성차 메이커는 2025년 전후로 구독 서비스를 늘려 두 자릿수 이익률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기계’가 아닌 고급 ‘전자제품’으로 인식하게 하려면 자동차 회사들이 고객을 감동시킬 혁신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