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중국 주요 도시의 코로나 봉쇄 등에 따른 생산 차질에도 지난 2분기(4~6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현대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58% 증가한 2조9798억원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매출은 35조9999억원으로 18.7% 늘었다. 매출은 작년 4분기(31조265억원),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2조5372억원) 기록을 10년 만에 뛰어넘는 사상 최대 실적이다. 자동차 판매는 작년 2분기보다 줄었지만, 자동차 가격 상승과 전기차·SUV 같은 고수익 차량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원화 약세(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상승)도 실적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21일 새벽 실적 발표를 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놨다. 테슬라는 2분기 매출 169억3400만달러(22조2200억원), 영업이익 24억6400만달러(3조2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분기 영업익 3조 사상최대, ‘비싼 차’ 많이 판 덕… 판매량 작년보다 5.3% 감소한 97만대

현대차는 2분기 전 세계에서 자동차 97만6350대를 판매했다. 작년보다 5.3% 줄었다. 현대차는 “반도체 공급 부족과 중국 도시 봉쇄에 따른 부품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기차·SUV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 판매가 늘면서 이익이 증가했다. 현대차는 2분기에 전기차 5만3126대, SUV 51만1600대를 팔았다. 전기차는 49.1%, SUV는 4.7% 증가했다.

신차 공급난이 계속되면서 차량 구매 때 고객에게 제공하던 할인 혜택과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딜러에게 주던 인센티브가 감소한 것도 실적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내 딜러 인센티브는 전년보다 68%가량 감소한 대당 673달러(약 88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2분기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평균 1261원을 기록하며 작년보다 12.5% 올랐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에서 달러로 벌어들인 이익을 원화로 환산할 때 그만큼 이익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 전기차 49%, SUV 4.7% 증가

하반기 현대차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증권 업계에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이 큰 데다 노사가 임금 협상을 원만하게 타결 지었고, 신차 아이오닉6 출시 등으로 전기차 판매가 늘어 실적도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선진국 자동차 시장 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 영향이 하반기 더 커질 수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확실성도 그대로다”라며 “다양한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영업이익 전년 동기보다 88% 올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놨다. 테슬라는 2분기 매출 169억3400만달러(22조2200억원), 영업이익 24억6400만달러(3조2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88% 증가했다. 직전 분기인 1분기보다는 이익이 감소했지만, 중국에서의 생산 차질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면서 월가 예상보다 나은 성적표를 거둔 것이다.

테슬라의 2분기 판매량은 작년보다 27% 증가한 25만4695만대다. 중국 상하이 공장이 코로나 확산으로 수차례 가동을 멈추긴 했지만,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 신규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생산량이 25% 늘었고, 대부분 판매로 이어졌다.

테슬라가 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둔 데는 수시로 차량 가격을 인상한 가격 정책과 프리미엄 차량 판매가 늘어난 덕이다. 테슬라는 인플레이션과 배터리 등 핵심 부품 가격 인상을 이유로 판매 가격을 수시로 올리고 있는데, 올 들어 국내에서만 여섯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작년 5479만원이던 최저가 ‘모델3′ 가격은 7034만원이 됐다. 판매 가격 1억원이 넘는 모델S와 모델X 등 고부가가치 차량은 작년보다 7배 넘는 1만6162대가 팔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날 “하반기 실적은 더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는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의 75%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작년 2월 비트코인에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했는데, 가격이 급락하자 손절매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