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전환을 주도하던 헤르베르트 디스 CEO(최고경영자)가 퇴출당했다. 급격하게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영상 난맥과 노조 반발까지 불거지며 최대 주주와 직원 신뢰를 함께 잃은 탓이다.

폴크스바겐은 22일(현지시각) 디스 CEO의 후임으로 올리버 블룸 포르셰 사장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이날 폴크스바겐은 감독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 표결로 디스 CEO 퇴출을 결정했다. 이 표결은 최대 주주인 포르셰 가문과 피에히 가문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면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이사회 20석 가운데 10석은 노조 대표가 차지하고 있다. 결국 최대 주주도 노조도 디스 CEO를 못마땅해했다는 것이다.

포르셰가 최근 국내 출시한 전기차 타이칸 GTS. 타이칸 흥행을 성공시킨 올리버 블룸 포르셰 사장은 22일(현지시각) 폴크스바겐 CEO로 발탁돼 9월부터 폴크스바겐그룹을 이끌게 된다.

◇ “2030년 전기차 비율 50%” 밀어붙인 CEO는 퇴출

디스 CEO는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전환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2025년 테슬라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그가 주도한 ‘테슬라급’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은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고, 아우디·포르셰까지 신차 출시를 늦춰야 했다. 또 폴크스바겐이 점유율 1위인 중국 시장에선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실적이 악화했다. 주주 입장에선 불신이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노조는 감원을 주도하는 디스 CEO와 충돌해왔다. 디스는 2030년 전기차 비중을 50%까지 늘린다는 목표 아래 520억달러(약 68조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대규모 비용 절감을 공언했다. 작년 3월에는 2023년까지 5000명 감원 계획도 밝혔다. 작년 11월엔 “폴크스바겐엔 3만명의 초과 직원이 있다”며 “테슬라는 전기차 1대 만드는 데 10시간 걸리지만 우리는 30시간이 걸린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행보에 노조는 그에게 지속적인 불만을 표출해왔다.

후임인 올리버 블룸 CEO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포르셰의 대표 스포츠카 ‘911′보다 인기 있는 전기차 ‘타이칸’을 성공시킨 점이 발탁 배경이라는 점에서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전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노조 반발이 CEO 교체의 주원인인 만큼, 노조를 안고 가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