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주문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반도체 부족과 상하이 코로나 봉쇄 영향으로 고객 주문대로 차량을 생산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생산 문제로 고객 주문을 취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26일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 도요타 판매 대리점은 준중형 SUV인 ‘해리어’를 신청한 고객들의 주문을 백지화했다. 고객들에게는 9월에 나올 부분변경 모델을 다시 주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새 모델의 가격과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고객들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지난해 일본에서 약 7만4000대의 해리어를 판매했다. 부분변경 모델의 경우 가격이 1000달러(약 130만원) 정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대리점이 고객의 증가된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미 대형 SUV ‘랜드 크루저’와 렉서스 브랜드의 일부 모델에 대한 주문을 받지 않고 있으며, 대리점들은 특정 모델의 판매를 중단했다.
반도체 부족과 중국의 상하이 봉쇄에 따른 부품 조달 차질로 인해 도요타는 연초에 공개한 생산 계획을 반복적으로 축소했다. 도요타는 지난주에 8월 생산량을 약 70만대로 당초 계획 대비 20%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리어에 이미 발주된 주문을 취소하기로 한 결정은 상황이 도요타의 예상보다 더 심각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다른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닛산은 최근 야심차게 내놓은 신형 전기차 아리아와 스포츠카 페어레이디Z 특정 모델에 대해 이달 말 일본에서 주문 받는 것을 중단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 부족을 겪었던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생산으로 1000만대 판매를 유지했다. 미국에선 GM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타 글로벌 업체들은 반도체난이 조금씩 완화되며 생산량을 회복하는 분위기이지만, 도요타는 뒤늦게 큰 타격을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도요타가 그동안 확보해놨던 반도체 재고가 소진된데다, 중국에 있는 협력 부품사들의 봉쇄에 따른 생산차질이 겹쳤고 엔화 가치 하락으로 재료 수입·조달이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