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을 찾은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LG화학’을 콕 집어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배터리 동맹’. 중국이 장악한 배터리 소재 공급망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연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에너지 전환과 4차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배터리’의 키를 중국이 쥐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미래 산업이 ‘기술 경쟁’을 넘어 ‘공급망 전쟁’으로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3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에 필요한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 같은 자원 시장에서 55~100%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 업체는 중국 간펑리튬으로 리튬 채굴 업체와 대규모 광산을 통째로 사들이며 몸집을 계속 불리고 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 업체는 중국 칭산그룹으로 니켈 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인도네시아 광산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중 가장 고가인 코발트 최대 생산 업체는 중국 화유코발트다. LG화학은 지난 5월 ‘배터리 양극재 내재화’를 위해 화유코발트와 합작 파트너십을 맺어야 했다. 중국은 전 세계 망간의 90%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국이기도 하다. 한국은 필요한 망간 제품의 99%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음극재로 쓰이는 인조 흑연도 중국이 최대 강자다. 지난해 전 세계 음극재 생산량 중 95%가 중국에서 생산됐고,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중국 업체들로부터 음극재를 공급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중국 의존도는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대중 무역 적자가 큰 5대 품목 중 하나는 ‘리튬’으로, 지난 상반기 수입 금액(11억7000만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404% 늘어났다. 배터리 업계 고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는 채굴·가공 과정에 인건비와 전기료가 많이 드는데 이런 비용이 저렴한 중국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과 공급망 동맹을 강화할 필요는 절실하지만, 중국 의존도를 쉽게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