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카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페라리·람보르기니·포르셰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탈리아의 수퍼카브랜드 페라리는 “이번 2분기 전년 대비 판매량은 29% 증가한 3455대, 매출은 25% 증가한 13억 유로(1조7300억원), 순이익은 22% 증가한 2억5100만유로(3300억원)를 기록했다”고 2일(현지시각) 밝혔다. 페라리는 고객 주문을 받고 차를 만드는데, 이번 분기 주문량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고 한다.
같은 날 이탈리아 수퍼카의 양대산맥인 람보르기니도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판매량은 509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매출은 31% 증가한 13억 유로, 영업이익은 70% 증가한 4억2500만 유로를 기록했다. 포르셰도 상반기 매출 165억 유로, 영업이익 28억 유로를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 24.6% 성장한 수치다. 최근 2년 사이 수퍼카 브랜드들은 최대 매출,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하면서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명품백 품귀 현상이 벌어졌던 것처럼, 코로나로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2억원이 훌쩍 넘는 수퍼카 전체 판매대수도 크게 증가했다. 예컨대 포르셰의 경우 일부 모델은 한국에서도 주문을 해도 2~3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주문량이 생산량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주요 완성차 업체와 달리 수퍼카 브랜드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타격을 거의 입지 않았다. 수백만대 차량을 만들어 파는 완성차 업체와 달리 수퍼카는 주문생산 방식인데다, 모델 수가 적다. 페라리의 경우 월 1000대 내외의 차량을 생산할 정도로 소량 생산한다. 때문에 많은 부품이 필요한 주요 완성차 업체와 달리 상대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대신 수퍼카 브랜드는 차량 1대 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많은 이익을 남긴다. 수퍼카 브랜드는 각종 옵션을 추가할 때마다 수백~수천만원의 추가 금액을 받는다. 페라리의 경우 2분기 수익의 5분의 1이 맞춤 주문형 옵션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차량 측면에 페라리 마크 추가, 브레이크 패드 도색과 같은 옵션이다.
포르셰와 람보르기니는 스포츠카에만 집착하지 않고 세단과 SUV도 출시한 전략이 주효했다. 포르셰는 마칸·카이옌 등 SUV와 파나메라 같은 세단을 내놓았고, 람보르기니는 SUV 우루스를 판매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상반기 스포츠카인 아벤타도르의 판매량은 25% 감소해 391대에 그쳤지만, 우루스 판매량은 11% 증가해 3111대에 달했다.
수퍼카 브랜드는 다가오는 전동화 시대에 맞춰 전기차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페라리는 2025년 첫번째 전기차를 출시하고 2030년에는 전체 판매 모델의 40%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람보르기니는 내년부터 주요 모델에는 모두 배터리를 탑재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내연기관차만 제작하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포르셰는 연말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전기차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