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형으로 알려진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독일 벤츠와 폴크스바겐에 이어 지난달 미국 포드가 중국산 LFP 배터리 도입을 선언했고, 지난 3일에는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올해 4분기부터 테슬라에 차세대 LFP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라는 중국 매체들의 보도도 나왔다. 급속한 인플레이션 속에 전기차 가격이 급등하면서 차량 구매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완성차 업체들이 값싼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그간 에너지 밀도 등 품질 면에서 우위에 있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만들어 온 한국 배터리 업계도 LFP 배터리 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도 가격은 여전히 저렴하면서 성능까지 개선된 차세대 LFP 개발과 양산 소식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대우 달라진 LFP

중국 경제 매체 레이트 포스트는 3일(현지 시각) 중국 CATL이 자사의 차세대 LFP 배터리인 M3P 배터리를 올해 4분기부터 미국 테슬라에 공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20년 테슬라 모델3에 LFP 배터리를 처음으로 납품, LFP 배터리에 대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부정적인 시선을 뒤흔든 CATL이 한 걸음 더 전진한 것이다.

M3P는 기존 LFP에 망간, 아연, 알루미늄을 추가한 것으로 에너지 밀도가 ㎏당 230Wh에 달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주력인 NCM(㎏당 250Wh) 배터리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제조 비용은 LFP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초 내년쯤 양산된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앞당겨진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업계에선 테슬라 납품은 일종의 보증이기 때문에 LFP 배터리는 사용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들은 짧은 주행거리 등을 이유로 LFP 배터리에 회의적이었지만 고삐 풀린 인플레로 인해 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20~30% 싼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도 폴크스바겐과 포드는 내년부터, 벤츠는 2024년부터 중국산 LFP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내놓기로 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LFP 배터리 사용량은 67GWh(기가와트시)로 작년 동기보다 153% 증가했다. 반면 NCM 배터리는 같은 기간 53% 늘어난 134GWh에 그쳤다.

◇국내 업체도 LFP 생산 뛰어든다

일각에선 배터리 제조 기술 발달로 가격이 하락하면 LFP 배터리는 자연히 도태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그러나 최근 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런 분석은 힘을 잃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선 향후 5년간 배터리 가격이 20%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량 가격을 계속해 올릴 수 없기 때문에 LFP 배터리 선호 현상은 지속을 넘어 대세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내 업체들도 LFP 배터리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중국 난징 생산라인을 LFP 라인으로 전환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미국 미시간 공장에 신규 LFP 라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전기차가 아닌 ESS(에너지저장장치)용 제품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결국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SK온도 연내 LFP 배터리 개발 완료를 목표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FP·NCM 배터리

리튬·인산·철을 주원료로 제조되는 LFP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이 주로 생산한다. 국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가격이 20~30%가량 싸다. 낮은 에너지 밀도로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350도 이상의 고온에서 폭발하지 않는 등 안정성은 더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