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 시각) 미 상원에서 가결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북미산(産)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준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국내 자동차업계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위반”이라며 항의하고 나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2일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북미산과 수입산 전기차·배터리를 차별하는 세제 지원이 포함돼 있어 매우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긴 항의 서한을 미 하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한미 FTA는 국내 상품 사용을 조건으로 하는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며 “한국은 한미 FTA에 따라 수입산 전기차에도 똑같이 보조금을 지급해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130억달러(약 17조원) 이상 투자를 통해 10만명 이상의 미국 근로자를 직간접 고용해 미국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11일 국내 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완성차 업계는 “이 법이 3년 정도 유예되지 않으면 미국 사업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한국에서 수출하는 전기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본부장은 “전기차 보조금 규정이 글로벌 통상규범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 인플레 감축법은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4300억달러(560조원)를 투입하겠다는 법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보조금 규정도 담겼다. 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완성차 업체는 내년부터 전기차 최종 조립을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에서 해야 하며,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과 부품도 북미 생산 비중을 충족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짓는 전기차 공장은 2025년 완공 예정이어서 앞으로 약 3년간 주요 모델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돼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배터리 업계도 “내년부터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핵심광물 사용 비중을 40% 이상 달성해야 하며, 북미에서 제조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써야 한다”며 “이런 조건을 충족하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