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 16일(현지 시각)부터 북미에서 조립하지 않은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현대차가 전기차 5종 외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내연기관과 배터리가 모두 탑재된 차) 모델 5종도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현대차는 주요 자동차 생산국 브랜드 가운데 미국 정부에서 단 1개 친환경차 모델도 보조금을 못 받는 유일한 업체가 됐다. 독일 BMW·아우디·벤츠, 일본 닛산, 스웨덴 볼보는 전기차·PHEV 모델이 브랜드당 1~2개씩 보조금 대상이 됐지만, 한국 현대차는 미국 내 조립이 없다는 이유로 보조금 대상이 전무한 처지가 된 것이다.
22일 미국 에너지부 자료와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투싼·싼타페·스포티지·쏘렌토·니로 PHEV 모델 모두 지난 16일부터 보조금 지급이 중단됐다. 미국 소비자가 현대차 PHEV 모델을 사면 지급됐던 최대 6587달러(약 885만원)까지 보조금이 사라진 것이다. 보조금이 중단된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모델 10개의 올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5만대에 육박한다.
◇현대차 친환경차 모델 10개 보조금 ‘0′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이번 전기차 보조금 대상 축소로 현대차의 현지 판매가 매주 1000대꼴로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의 주력 전기차 아이오닉5·EV6는 보조금을 받으면 약 4만달러로, 다른 업체의 전기차보다 평균 1만달러 이상의 가격 우위가 있었다”며 “이런 이점이 사라지면서 상반기 판매량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1주당 1000대 이상씩 판매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뿐 아니라 한국GM·르노코리아 등 해외 완성차 업체의 한국 법인과 공장도 타격을 입게 됐다. 수출 물량이 절반이 넘는 두 회사는 해외 본사에서 생산 차종과 물량을 배정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최근 대표 교체 후 국내 공장 전기차 생산을 위해 본사를 설득 중이었다”며 “하지만 미국 인플레 감축법 시행 이후 국내 전기차 생산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한국은 상반기 테슬라에만 보조금 442억 지급
현대차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반면 테슬라와 GM은 이번에 ‘한 브랜드당 보조금은 누적 20만대까지만 지급한다’는 제한까지 풀리면서, 미국 시장에서 한층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테슬라는 2019년, GM은 2020년 전기차·PHEV 보조금 지급 누적 대수가 20만대를 넘어 최근 2~3년 동안 미국 시장 테슬라·GM 전기차 구매자들은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직전까지 ‘보조금 20만대 상한’ 규정을 없애고자 집중적인 로비를 펼쳐 이를 관철했다.
한국 시장의 경우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에만 보조금을 약 442억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올 상반기 수입 전기 승용차 업체에 지급한 보조금(국비 및 지방비)은 총 822억원이었다. 이 중 미국 업체 차량이 수령한 보조금이 약 448억원인데 그 대부분을 테슬라 모델이 받은 것이다. 테슬라는 가격 인상으로 판매 중인 모든 차종 가격이 6000만원을 넘어 보조금 100%를 받진 못하지만, 8500만원 미만 차량은 최대 보조금의 50%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