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에서 GV70이 조립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 부품난이 완화되면서,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난 2년간 거의 없었던 ‘주말 특근’을 2주 연속 했다. /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은 토요일인 지난 13일과 20일 2주 연속 ‘특근’을 하며 공장을 완전 가동했다. 작년 초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시작된 이후 1년 8개월 만의 특근이었다. 반도체난이 심각했던 올 초에는 부품이 없어 수시로 빈 컨베이어벨트만 돌아가는 상황도 겪어야 했지만, 최근 반도체난이 조금씩 풀리면서 특근을 해야 할 정도가 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부품 수급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부품사 대표도 “올해 초만 해도 반도체를 구하기 위해 홍콩에 있는 브로커들 물량까지 뒤져야 했지만 여름을 기점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 증설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도요타도 최근 생산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도요타는 지난 3~7월 내리 월 생산 계획을 하향 조정했고, 8월도 생산 계획을 연초 85만대에서 70만대까지 낮췄다. 하지만 도요타는 9월에는 월 85만대를 회복하고, 10월 이후엔 월평균 90만대 이상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초에 정한 연간 970만대 생산 목표도 그대로 유지했다. 최근 PC·스마트폰 같은 IT 제품 수요 감소로 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차량용 반도체난이 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용 반도체 재고 쌓이자 차량용도 숨통…현대차 주말특근도

2020년 말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코로나가 확산되고 재택근무가 늘면서 스마트폰·TV·노트북 등의 수요가 폭발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수요예측을 잘못한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주문을 대폭 줄인 사이, 대만 TSMC 같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이 돈 되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PC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면서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을 빚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사태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물가 상승으로 스마트폰 등 IT 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TSMC·인텔·엔비디아·마이크론 같은 대형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TSMC의 웨이저자 CEO는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공개하면서도 “반도체 공급망의 과도한 재고가 건강한 수준으로 재조정되기까지 몇 분기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IT 제품용 반도체 재고가 쌓이자, 파운드리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TSMC는 2020년 3분기 2%까지 줄였던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율을 지난 2분기 5%까지 늘렸다. 코로나 이전 수준과 비슷하다. 박정규 한양대 겸임교수는 “반도체 수요가 하락 사이클에 접어든 데다 NXP·인피니언·TI 같은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이 증설을 지속해온 효과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신차 대기 기간 짧아져

현대차그룹은 월초에 차종별 출고 예상 대기 기간을 딜러들에게 공지한다. 이번 달 대다수 차종들의 대기 기간은 전달과 비슷했지만 일부 차종은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6개월에서 5개월, K8은 9개월에서 6개월, EV6는 18개월에서 14개월로 줄었다. 주문 적체가 차근차근 해소되면 연말엔 출고 대기 기간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반적인 출고 대기 기간이 과거처럼 1~2개월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적체된 주문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가 내연기관차 한 대에 약 200개, 전기차에 400개가 들어갈 만큼 종류가 다양한 것을 감안하면, 전체 반도체 공급난이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JP모건도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차 업계의 공급 위기는 끝나가고 있다. 2024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