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다올투자증권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총소유비용을 분석했다.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은 차를 처음 살 때 지불하는 비용에 소유하는 기간 동안 필요한 연료비·정비비·보험료·보유세를 모두 더한 것이다. 전기차 소유 비용이 높아지면 소비자는 구매를 꺼릴 수밖에 없다.

분석 결과, 현대차의 최신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6′를 10년간 소유하며 8만㎞ 주행할 경우 총비용은 구매 가격(5200만원)에 전기료·유지비·보유세 등(1540만원)을 포함해 6740만원이었다. 그랜저 3.3 가솔린 모델(6675만원)보다 높았다. 총소유비용이 가장 낮은 건 그랜저 하이브리드로 6210만원에 그쳤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이 급등하자, 전기차가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가성비가 뛰어날 것이라는 대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고유가와 맞물려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치솟는 전기차 총소유비용 부담, 기업·소비자 모두 커져

완성차 업체는 최근 전기차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 원자재 값을 거의 실시간 반영하며 3개월 만에 국내 판매 가격을 1000만원 올린 테슬라는 말할 것도 없고, 현대차도 지난달 아이오닉5 가격을 연식 변경, 배터리 용량 증대를 이유로 가격을 310만~430만원 올렸다. 포드는 이달 초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가격을 6000~8500달러(약 810만~1150만원) 올린 데 이어, 26일(현지 시각) 주력 전기차 머스탱 마하E 가격도 3000~8475달러 인상했다. 포드는 “상당한 재료 비용 증가와 주요 공급망에 대한 지속적인 부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여기에 전기료·보험료 인상, 보조금 축소 기조까지 더해지며 전기차 소유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전은 천문학적 적자가 지속되자 전기차 충전 요금 할인 특례를 완전 폐지했고 이에 따라 다음 달 급속 충전 요금이 11~12% 인상된다. 최근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난으로 에너지 대란을 겪는 독일·프랑스는 연초 대비 전기료가 3배 뛰었다. 이에 따라 유럽은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최근 눈에 띄게 둔화되는 추세다. 최근 보험사들은 전기차 수리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안 그래도 내연기관 대비 비싼 전기차 보험료를 더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조금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2년 1500만원이던 한 대당 국고 보조금을 계속 줄여 올해는 700만원만 주고 있다. 내년엔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기차는 보증 기간(현대차의 경우 10년)이 지난 후 배터리를 교체할 경우 약 2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길어지는 ‘과도기’… 하이브리드 뜻밖의 ‘생명연장’ 존재감 높아져

전기차 총소유비용의 증가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완성차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수익이 남지 않는 전기차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왔지만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이브리드차가 중요한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하이브리드차를 연간 250만대 팔고 있는 도요타는 과도기에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작년 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 사상 최대인 28조원의 순이익을 냈다.

일본차 업계를 추격하며 일찍부터 하이브리드차 기술을 개발해온 현대차그룹도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36만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했고,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2025년엔 유럽의 탄소 배출 규제(탄소 배출량 81g/㎞ 이하)를 충족할 수 있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하이브리드차의 수요는 더 증가하고 있다”며 “전기차에만 올인한 독일·미국 자동차 업계보다 오랫동안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해온 한국·일본 자동차 업계가 과도기 수익 창출에 더 유리한 지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