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對中) 무역 수지가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선 데에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품목 수입이 급증한 것과 관련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로 향후 대중 무역 수지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본지가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7월 대중 무역 적자 최대 품목은 1위 리튬이온배터리, 2위 전구체(니켈·코발트·망간 화합물), 3위 휴대용 데이터처리기기(노트북 등), 4위 수산화리튬으로 나타났다. 1·2·4위가 모두 전기차 배터리와 직접 관련된 품목이었다. 이 3개 품목의 올 1~7월 적자 금액은 총 62억5587만달러(8조5000억원)로, 지난해 적자 규모(57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 대중무역 4개월 연속 적자… 주범은 배터리 관련 품목
리튬이온배터리가 대중 무역적자 품목 1위에 오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내 전기차 내수 판매와 수출이 동시 증가하면서 중국산 배터리 수입이 급증한 것이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SK온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주로 공급받고 있다. 기아는 올 6월 출시한 신형 니로EV에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의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올 1~7월 전기차 판매(18만대)가 전년 동기 대비 72% 급증했다.
대중 적자 2위 품목인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의 화합물로, 배터리 양극재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국내 양극재 업체들은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코발트·망간’(NCM)을 따로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업체가 일정 비율대로 섞어 가공한 화합물을 수입한다. 한국은 올 1~7월 전체 전구체 수입의 94%를 중국에 의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구체에 수산화리튬을 결합하면 양극재가 되는데, 수산화리튬 역시 중국이 채굴·가공한 제품을 그대로 수입해서 쓰고 있다. 중국 의존도는 84%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구체·수산화리튬으로 인한 대중 적자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올 1~7월 전구체 대중 적자는 23억달러로 작년 연간 수준(25억달러)에 이미 도달했다. 같은 기간 수산화리튬 적자(14억7000만달러)는 작년 적자(5억6000만달러)의 3배 수준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배터리의 가장 핵심인 양극재를 구성하는 ‘전구체’와 ‘리튬’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다”며 “완전 독립은 어렵더라도 한쪽에 완전히 치우쳐 있는 공급망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