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승용차 시장 판매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국산차에서 기아가 처음으로 현대차를 제쳤고, 수입차에선 BMW가 벤츠를 앞지른 것이다.

5일 자동차 통계 업체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달 3만7371대를 팔아 국산 브랜드 중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2만6613대)와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9380대)를 합친 3만5993대를 뛰어넘은 것이다. 기아가 승용차 판매에서 현대차를 넘어선 건 처음이다.

기아 판매량이 현대차를 앞지른 것은 쏘렌토, 스포티지, 카니발과 같은 차박(車泊)·레저 이용이 가능한 SUV와 패밀리카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특히 쏘렌토는 지난해 8월보다 판매량이 45% 증가해 현대차의 그랜저를 제치고 전체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준대형 세단 K8의 출고 대기 기간이 6개월 이상에서 최근 2~3개월까지 짧아지며 판매량이 42%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전반적으로 반도체 공급망 관리를 잘하면서 생산량이 늘어난 덕을 본 측면도 있다”고 했다.

기아와 현대차에 이은 3위 경쟁도 치열하다. 기존엔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이 번갈아 3위를 했지만, 최근엔 토레스를 앞세운 쌍용차가 선전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6375대를 판매하며 3위에 올랐다. 올해 누적 판매도 4만287대로 르노코리아자동차(3만4685대), 한국GM(2만5027대)을 앞섰다.

수입차 시장에선 BMW가 7년 만에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BMW는 지난달 7305대를 판매하며 5943대에 그친 벤츠에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누적 판매량도 BMW(5만349대)는 벤츠(5만627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최근 BMW 판매 증가 추이를 고려할 때 2015년 이후 7년 만에 연간 판매량 1위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벤츠는 최근 2049 연령대에서 예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최고 인기 모델인 E클래스의 8월 판매량은 작년보다 39%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고급차 이미지는 포르셰에 뺏기고, 젊은 이미지는 BMW에 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