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 퓨처는 주주에게 “현 경영진을 해임하라”는 소송을 당했다. 19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회사 지분 20%를 가진 투자사(FF톱 홀딩스)는 “경영진이 회사를 바닥으로 몰아넣고, 파산까지 하려 한다”며 핵심 경영진 3명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설립된 패러데이 퓨처는 ‘제2의 테슬라’를 목표로 2017년 전기차 ‘FF91′ 시제품을 내놓고, 6만대 넘는 판매 예약까지 받았다. 하지만 FF91은 5년이 넘도록 시장에 나오지 못했고, 회사는 회계 조작 혐의로 미 금융 당국 조사까지 받고 있다. 주가는 최고점(18달러) 대비 95% 폭락한 94센트까지 떨어져 페니주(1달러 미만 주식) 신세가 됐다.

테슬라 성공 이후 우후죽순 등장했던 전기차 스타트업은 2년 전만 해도 앞다퉈 미래형 전기차를 공개하고, 5만~10만대 예약까지 받았다. 투자가 잇따르고 증시에 상장하면 주가도 몇 배씩 뛰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는 2020년 상장 직후 한 달 만에 주가가 2배로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전기차 스타트업의 양산 능력에 대한 의심과 기술적 우려가 잇따라 제기된 데 이어 공급망 위기와 경기 침체까지 겹치자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일렉트릭 라스트 마일이 파산했고, 수소 트럭으로 유명한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사기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고객 예약까지 받고 생산-인도를 1대도 못 한 상장사만 5곳(피스커·카누·패러데이 퓨처·로즈타운·엑소스)이나 된다. 주가도 고꾸라지고 있다. 피스커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72%, 카누는 86%, 니콜라는 93%, 뮬렌은 95% 하락했다.

◇中 전기차 업체, 적자가 빠르게 늘어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니오·샤오펑·리오토 등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을 분석하면서 “전기차가 가장 호황인 중국에서도 전기차 스타트업은 판매가 늘수록 손실이 더 커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수만대씩 양산에 성공해 어느 정도 시장에 정착한 회사들인데도 수익 구조는 엉망이라는 것이다.

실제 니오는 누적 20만대 이상 생산·판매했고, 유럽 시장에도 진출했다. 올해 2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최대 매출인 15억달러(2조원)를 기록했지만, 4억1100만달러(5700억원) 적자를 봤다. 판매가보다 비용이 더 큰 구조 탓인데, 적자 규모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샤오펑도 판매량이 2배로 증가하면서 2분기 매출 11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2배 수준인 4억300만달러 적자를 봤다. 리오토도 분기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샤오펑 경영진은 “배터리 비용 인상과 반도체 등 주요 부품 부족 문제로 생산 비용이 크게 늘었다”며 “여전히 10가지 이상 반도체 공급 부족 위험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부품과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오른 데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불안한 공급망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껍데기만 바꾼 니콜라

전기차 붐과 금융시장 버블 속에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도덕적 해이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니콜라는 회사의 전기 픽업트럭 ‘뱃저 트럭’ 시제품을 포드 전기 트럭 F-150의 주요 부품을 떼다가 껍데기만 바꿔 만든 사실이 최근 미국 법정에서 드러났다.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개발이 끝나기도 전에 제품 홍보에 나섰고, 경영진은 일부 엔지니어의 우려를 뭉개고 가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팔았다. 패러데이 퓨처의 창업자 자웨팅은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다 회사 위기가 찾아오자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데다,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이 신차 개발·생산 비용을 줄이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미국 대형 완성차 업체인 포드마저 “인플레이션으로 3분기 생산 비용이 예상보다 1조4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비관적 실적을 예고했다. WSJ은 “투자금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제대로 된 전기차를 내놓지 못하면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