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모델 다변화와 공급망 관리가 람보르기니의 성공 비결입니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볼로냐 산타가타에 있는 람보르기니 본사에서 만난 슈테판 윙켈만 회장은 “람보르기니는 늘 수퍼카 업체들 사이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분석하고, 연구와 리서치를 강화해 럭셔리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윙켈만 회장이 한국 언론과 만나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가티와 아우디의 고성능 부문인 아우디 스포츠의 CEO를 지내고, 2005년부터 11년간 람보르기니를 이끌었던 윙켈만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선 내연기관 수퍼카의 상징적 인물로 여겨진다. 전동화의 갈림길에 선 람보르기니는 2020년 12월 그를 회장 겸 CEO로 다시 임명하며 전권을 맡겼다. 전기차라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이탈리아 수퍼카 업체 페라리가 반도체 전문가를 CEO에 임명하고, 폴크스바겐이 ‘타이칸’ 모델로 포르셰 전동화를 이끌었던 인물을 회장 겸 CEO에 임명한 것과 비교된다.
◇수퍼카 같지 않은 수퍼카
윙켈만 회장은 SUV 우루스 등 메가히트 모델을 내놓으며 영업이익률 30%를 웃도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람보르기니는 매출 13억3000만 유로(약 1조8300억원), 영업이익 4억2500만 유로(약 5860억원)를 기록하며, 영업이익률(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 32%를 나타냈다. 완성차 업계에선 보기 어려운 수치다.
그의 대표작인 육중한 SUV 우루스는 2인승에 바닥에 닿을 듯한 좌석, 대형 흡입구로 대변되는 기존 수퍼카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모델이었다. 브랜드 정체성을 파괴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2018년 출시되자마자 불티나듯 팔렸다. 수퍼카 같지 않고 덜 화려해 매일 탈 수 있다는 소비자 반응이 이어졌다. 현재 람보르기니 판매량의 60% 이상이 우루스로 2024년까지 주문이 밀려 있다.
생산 방식도 다른 차종과 달리 자동화율을 높였다. 우루스 기획 당시 수퍼카는 장인이 하나하나 손으로 작업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 때문에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차량이 고작 4~5대에 불과했다. 그는 “수작업의 정교함을 유지하면서도 부분적으로 자동화를 도입해 생산량을 하루 26대까지 늘렸다”고 했다.
윙켈만 회장은 “부품사들과 파트너십 유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람보르기니는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레오니사로부터 전력 관련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받고 있다. 러시아 전쟁 후에도 공급처를 바꾸지 않은 탓에 레오니사는 문을 닫지 않고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부품사와 강력한 유대 덕에 가장 먼저 부품을 공급받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도 피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윙켈만 회장 “가장 먼저 아닌 최고 전기차 내놓겠다”
윙켈만 회장의 과제는 전동화다. 뉴욕타임스는 수퍼카만큼 빠른 테슬라 모델S 플레이드를 언급하며 “수퍼카 업체들이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고 했다. 포르셰는 이미 전기차를 출시했고, 페라리도 2025년 출시 예정이다. 윙켈만 회장은 그러나 “전동화 기술은 완전히 성숙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하이브리드라는 훌륭한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최고의 전기차를 만들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했다. 람보르기니는 2024년까지 기존 모델의 하이브리드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조원을 투입해 2028년 첫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는 “최고의 차를 만드는 DNA를 유지해 가장 먼저가 아닌 최고의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윙켈만 회장은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에 대해서도 “탄소 배출 감소라는 목표는 같지만 각국의 법과 규제는 차이가 있는 데다, 합성 연료(이퓨얼) 등 기술적 개발도 지켜봐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