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에 전세(戰勢) 반전의 계기를 제공했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가 이번에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사용이 차단된 이란에 제공된다. 미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운용하는 스타링크는 지구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3000여 개의 인공위성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인공위성 기반 통신망이다.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는 24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에서) 스타링크 작동 시작(Activating Starlink)’이라는 짧은 트윗으로 스타링크 서비스 시작을 알렸다. 26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이제 이란에서도 스타링크 통신망에 접속하면 이란 정부가 통제하는 통신망을 우회해 인터넷 검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란에서는 이달 초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20대 여성이 경찰 조사 중 의문사했다.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시위 정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자 이란 정부는 인터넷 접속을 수시로 차단하고, 인스타그램·왓츠앱 등 앱 접속도 막아버렸다. 그러자 머스크와 스페이스X가 나서 기술을 바탕으로 이란 국민들이 정부의 통제를 우회할 경로를 만들어낸 것이다.
앞서 스페이스X는 지난 3월 러시아에게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에도 스타링크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휴대폰 통신망을 파괴·해킹하자 스타링크 서비스와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고, 실제 우크라이나 군대는 스타링크를 야전 통신망으로 활용해 전세 반전에 성공했다. 혁신 기술·서비스가 인권 탄압과 침략 전쟁에 대응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우크라전 전세 역전에 사용된 3000개의 인공위성
스페이스X는 지난 25일에도 우편함만 한 스타링크 인공위성 52기를 우주로 보냈다. 스타링크를 위한 64번째 로켓 발사로, 스페이스X는 지난 1년 사이 약 1200개의 인공위성을 띄웠다. 지상의 기지국과 광케이블이 필요한 기존 통신망과 달리, 스타링크는 수신 안테나와 인공위성이 직접 통신한다. 그 때문에 인공위성이 고도 500㎞ 내외의 낮은 궤도에서 날아야 하는데, 고도가 낮다 보니 많은 인공위성이 하늘에 떠있어야 넓은 지역에서 통신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인공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많이 쏴야 하는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머스크와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 비용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여 문제를 해결했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우주발사체 팰컨9은 1㎏ 화물을 우주로 보내는 비용이 2700달러(약 370만원) 수준으로, 1000만원이 넘는 다른 발사체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현재 스타링크 인공위성은 3080기가 궤도를 돌고 있고, 40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속도도 고화질 영상을 볼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90~100Mbps) 수준이다.
머스크의 지휘에 단 며칠 사이, 우크라이나와 이란에서 접속 가능할 정도로 기술·성능도 궤도에 오른 것이다. 스페이스X는 2030년까지 지구 궤도에 약 4만대 위성을 쏘아올리고, 아프리카 오지와 사막에서도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휴대전화로도 접속 가능한 차세대 통신망도 개발 중
반면 알 자지라 방송은 “머스크의 스타링크 지원에도 이란 국민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스타링크 안테나를 이란에 들여야 하는데, 이란 정부가 안테나를 쓰지 못하도록 통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스페이스X는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안테나 1만5000여 대를 보냈지만, 통제가 심한 이란에 안테나 자체를 보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노트북만 한 안테나 1대 가격도 약 60만원에 달해 저개발 국가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난달 “내년부터 휴대전화 신호도 포착할 수 있는 대형 안테나를 스타링크 인공위성에 장착하겠다”며 기술력으로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별도의 안테나 없이 스마트폰으로도 스타링크 통신망에 접속 가능해지는 것이다. 인공위성이 더 무거워지지만, 이를 운반할 차세대 로켓도 개발 중이다. 머스크는 “이제 T모바일과 협업해 미국 오지(奧地)에서도 스타링크를 통해 전화·문자가 가능하다”며 “통신이 안 터지는 모든 지역에 통신망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링크가 민주화의 매개체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