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공개하자 업계의 첫 반응은 “로봇 걸음이 너무 엉성하다. 보스톤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뛰고 공중돌기도 하는데…”라는 실망이었다. 하지만 테슬라 AI(인공지능) 데이를 심층 분석한 전문가들은 테슬라 로봇이 기존의 인간형 로봇과 달리 스스로 생각하는 ‘두뇌’가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식으로 개발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무섭다”는 반응도 나온다.

2000년 일본 혼다가 ‘아시모’를 선보인 뒤 지난 22년간 인간형 로봇의 동작 기술은 공중돌기까지 할 정도로 발전했지만,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의 진화는 거의 없었다. 반면 일론 머스크는 인간이 학습시킨 어떤 일이든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을 로봇에 탑재해 대량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구상대로라면 공상과학영화에서 볼법한 세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각하는 로봇이 대량생산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AI데이에서 “우리 로봇이 다른 인간형 로봇들과 다른 점은 두뇌가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실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나 혼다의 아시모 같은 기존 로봇들은 인간의 원격조종을 통해 움직인다. 하지만 테슬라가 개발한 로봇에는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탑재됐다. 스스로 걷는 법을 학습하고, 장애물을 피해가며 걸어다닌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중인 슈퍼컴퓨터 ‘도조(Dojo·일본어로 ‘도장’이라는 뜻) 컴퓨터’를 전기차뿐 아니라 이 로봇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하드웨어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형상으로 만들고 있다. 하드웨어의 핵심은 관절 역할을 하는 28개의 ‘액추에이터’다. 테슬라는 단 6개의 디자인으로 28곳에 들어갈 액추에이터를 모두 만들겠다고 했다. ‘부품 공용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 2만달러(2900만원) 이하 로봇을 대량생산하겠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3~5년 내에 이 로봇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그 전에 테슬라 전기차 공장에 먼저 투입할 계획이다.

테슬라가 로봇을 자체적으로 대량생산하겠다고 자신하는 것은 그동안 전기차를 만들면서 개발해온 기술을 로봇에 똑같이 적용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모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원통형 배터리를 활용한다.

또 머스크는 값비싼 카본 소재는 사용하지 않고 범용 플라스틱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나 카메라처럼 ‘흔히 구할 수 있는 부품’과 ‘부피가 큰 부품도 한번에 찍어내는 방식’(기가 캐스팅)으로 공정을 단순화하고 비용을 절감해왔다. 이런 철학을 로봇에도 똑같이 적용해 대량생산에 나서려는 것이다. 박정규 한양대 겸임교수는 “테슬라의 원가절감과 대량생산 노하우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가 지난 10년간 자율주행을 개발하며 축적한 인지·판단 기술은 어느 로봇 회사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 “로봇으로 풍요의 시대 열겠다”

일론 머스크는 그동안 사람이 하기 힘든 일, 지루한 일, 반복되는 일에 로봇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는 AI 데이에서 “로봇으로 무한 생산이 가능해지면 1인당 생산성의 한계가 없어진다. 가난이 없는 풍요의 시대가 열림을 의미한다. 더 이상 빈곤이 없어지고 최소한의 제품과 서비스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문명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슬라 로봇이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로봇과 완전히 다르고 그래서 더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협소 인공지능과는 달리, 범용 인공지능은 인간 수준의 지능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테슬라 로봇은 군사 목적이나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에 대해 “이 일은 주식회사인 테슬라가 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내가 미친 짓을 하면 주주들이 나를 자르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