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지난 8월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6’를 타고 경기 하남부터 가평까지 왕복 110㎞를 주행했다. 아이오닉6는 중형 세단이라 ‘쏘나타급’ 전기차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차를 타본 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절대 크기로 비교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뒷좌석 공간부터 주행성능, 승차감, 첨단 편의사양까지 모든 면에서 쏘나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먼저 뒷좌석 공간은 그랜저만큼 넓었다. 바닥 중앙에 불룩 튀어나온 부분 없이 평평해 더 넓어 보였다. 실내 디자인도 모든 것이 첨단이었다. 뒷좌석에서 220V 전원을 쓸 수 있다는 점도 유용했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저속으로 출발했을 땐, 차가 살짝 좌우로 뒤뚱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우주선 소리’를 닮았다는 모터 소음도 꽤 진하게 들렸다. 하지만 조금 속도가 붙자 금세 안정을 찾았고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 차의 진가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밟을수록 느껴졌다. 페달을 밟으면 계기반의 속도가 순식간에 120~130㎞/h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중형급 내연기관차로 고속 주행을 하면 차체 흔들림과 풍절음이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오닉6는 고속 주행 성능과 승차감이 탁월했다.
가속력은 포르셰의 전기차 타이칸이 부럽지 않았고, 승차감은 제네시스 준대형 세단 G80에 뒤지지 않았다. 주행질감은 차가 노면 위를 살짝 떠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러웠다. 아이오닉6는 개발 초기부터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설계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계수(0.21)를 달성했다는 것이 실감났다. 이는 벤츠 EQS의 공력계수(0.20)와 테슬라 모델S(0.208)과 비슷하고, 테슬라 모델3(0.23)나 포르셰 타이칸(0.22)보다 나은 수준이다.
청평호수 주변의 구불구불한 길도 쌩쌩 달려봤다. 코너링에서 차체 끝이 흔들리는 ‘피시 테일’ 증상이 있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페달을 살짝만 밟았다 떼도 순식간에 가감속이 되면서 S자 도로를 자유자재로 달릴 수 있었다. 이 차는 ‘추월하기’에도 최적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1차선 도로에서 트럭을 추월하는데 단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완충 시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524㎞(롱레인지 모델)로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최고이고, 테슬라 모델3(528㎞)와 거의 같다. 최근 유럽에선 614㎞를 인증받아 테슬라 모델3(유럽 기준 602㎞)를 제쳤다. 전기차의 연비를 나타내는 전비(6.2㎞/kWh)도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이 차에 단점이 있다면 외관 색상이 지나치게 어두운 색 위주로 구성돼있다는 점이다. 레드 메탈릭 색상을 제외하곤 아이오닉5나 GV60처럼 톡톡 튀는 색상은 찾기 힘들었다. 트렁크 용량은 골프 캐디백이 2개 정도 들어가는 수준이다.
아이오닉6의 가격은 5200만원(스탠더드)부터 시작한다. 롱레인지 모델은 익스클루시브 5605만원, 익스클루시브플러스 5845만원, 프레스티지 6135만원부터, E-LITE 2WD 5260만원부터다. 시작 가격이 55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국가 보조금을 최대 100% 지원받는다. 서울의 경우 국고 보조금 690만~7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197만~200만원을 받으면 887만~900만원을 지원받는다. 롱레인지 모델도 40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지금 주문하면 내년에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 보조금 정책에 따라 지원금이 축소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