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9일(현지 시각) 배터리 핵심 원료를 채굴·생산하는 12주(州) 20개 기업에 28억달러(약 4조원)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국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리튬·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을 채굴·가공해 미국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전기차·반도체의 핵심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조를 공고히 하고 미국 중심의 자원·소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반면 미국 제재를 받는 중국과 러시아는 볼리비아·아프리카 등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로 달려가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으로 꼽히는 볼리비아 리튬 채굴 사업권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하고, 중국 정부가 아프리카에 차관을 제공하고 기업이 광산을 사는 방식이다. 첨단 산업의 기초가 되는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강대국들 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이다.
◇배터리 자원 전쟁에 나선 미국, 4조원 이상 투자
미 정부가 중국과의 ‘배터리 자원 전쟁’에 나선 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코발트, 흑연 등 핵심 광물을 중국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의 중국산 비율은 60%가 넘고, 리튬 정제 시장 65%를 간펑리튬을 비롯한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백악관은 “현재 중국은 핵심 광물 공급망의 많은 부분을 통제하고 있다”며 “미국 스스로 (배터리 원자재)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신뢰할 수 없는 외국 공급망에 의존하게 된다”고 했다.
미국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200만대 이상 전기차에 공급 가능한 리튬, 흑연(연간 120만대 공급분), 니켈(40만대분) 상당량을 자국에서 생산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컨대, 미국 최대 리튬 기업 앨버말은 리튬 광산 운영에 필요한 투자금 2000억원을, 탈론 메탈은 니켈 설비 도입에 1600억원을 정부에서 지원받고 테슬라에 니켈을 공급한다. 미 정부 지원금과 기업 투자금을 합치면 미국 내 배터리 광물 사업에 대한 총투자금은 9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에 달한다.
◇남미·아프리카로 우회하려는 중국
반면 중국은 볼리비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볼리비아는 현재 국영 광산 회사의 리튬 채굴 해외 파트너사 후보로 중국 업체 4곳, 러시아 1곳, 미국 1곳을 올리고 최종 파트너 선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리튬 삼각지대’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50%가 몰린 곳.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볼리비아와 무역 교류가 많고 이미 볼리비아 인프라 건설 사업에 차관을 제공한 중국 기업이 유력한 상황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도 배터리 원자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체 BYD는 아프리카 내 6곳 리튬 광산을 동시에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고,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아프리카 17국의 채무 23개를 탕감해줬다.
이런 중국에 맞대응하고자 백악관은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에 2027년까지 6000억달러를 투자해 동맹국들과 중국을 배제한 배터리 광물 채굴·정제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최근 “20세기가 석유 확보 전쟁이었다면, 21세기는 핵심 광물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정의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