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19일(현지 시각) 3분기(7~9월)에 매출 214억달러(약 30조원), 순이익 33억달러(약 4조7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순이익 모두 분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이었다. 하지만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 넘게 급락했다. 매출이 미 월가의 기대치(219억달러)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초고속 성장을 이어오던 테슬라마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6만대 생산, 34만대 판매…혹시 재고?
테슬라 실적에 대한 우려는 지난 3일 판매량 발표 때부터 본격 제기됐다. 테슬라는 3분기 전기차 36만대를 생산했는데, 고객에겐 34만대를 인도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그동안 매 분기 말(3·6·9·12월)에 집중적으로 차량을 인도하는 전략을 써왔는데, 최근엔 생산량 증가로 배송 쏠림에 따른 비용이 늘었고 이제 월별로 골고루 배송하기 시작했다”면서 “물류가 원활하지 않아 배송이 안 됐을 뿐 이미 주문자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선 테슬라가 수요 둔화에 직면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특히 테슬라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위축되고, 테슬라 신드롬이 약화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지난 7월 상하이 공장을 증설해 연 100만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달 상하이 공장이 최대 생산 능력의 93%만 가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 지난 11일 중국에서 발표된 테슬라의 9월 중국 판매량은 8만3135대로 시장 예상치(10만대)를 크게 밑돌았다. 경쟁자인 중국 BYD가 저가형 전기차로 시장을 공략하며 지난 9월 20만대 판매를 돌파한 것과도 대비됐다.
실제 중국 경제 전망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4.3%에서 3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인 2.8%로 하향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의 45%가 이익으로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부실 상태라며 중국 부동산 붕괴에 따른 경기 위축을 경고했다.
◇국내 판매도 20% 감소… 연 2000만대 꿈 가능할까
국내에서도 테슬라 판매량은 크게 줄고 있다. 올해 1~9월 판매량은 1만303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다. 미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금리 폭등으로 자동차 할부 비용이 크게 올랐고, 수요 둔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새로 준공한 텍사스 공장에서 4월부터 양산을 시작했지만, 지난 3분기 미국 판매량은 11만3998대로 1분기(16만3371대)보다 크게 감소했다. 그동안 테슬라는 원자재값 상승을 명분으로 차량 가격을 급격히 인상해왔는데, 이에 따른 구매자 이탈도 심화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12개의 공장을 지어 테슬라 전기차를 연 2000만대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 1위인 도요타(1000만대) 판매량의 2배 수준이다. 하지만 테슬라가 현재까지 확보한 생산 능력은 상하이·캘리포니아·텍사스·베를린 공장을 합쳐 연간 190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자동차 수요 감소와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추격까지 본격화하면서 테슬라의 성장 속도가 과거처럼 가파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올해 목표 달성도 어려워 보인다. 해마다 50% 성장을 목표로 한 테슬라는 올해 140만대를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은 91만대로, 전문가들은 4분기에 50만대를 한꺼번에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규 한양대 겸임교수는 “성장기에 늘려 놓은 거대 공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꺾이면서 골칫덩이로 전락하는 것은 과거 완성차 업체들이 겪었던 일”이라며 “테슬라의 거대 공장 전략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