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이 첫 삽을 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결정한 첫 신설 공장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아이오닉5를 필두로 한 현대차그룹 차세대 전기차들로 미국에서 새롭게 열리는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25일(현지시각)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열었다. 기공식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라파엘 워녹·존 오소프 연방 상원의원,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 조태용 주미대사 등 한·미 양국의 정·관계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선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장재훈 사장과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가 참석했다.
정의선 회장은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최적의 파트너를 드디어 찾게 됐다”며 “조지아와 현대차그룹은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은 1183만㎡(약 358만평) 부지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3개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다차종의 전기차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현지 고객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미국 내 현대차그룹 생산거점 3곳은 서로 인접해 있어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기아 조지아주 공장과 약 420㎞,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약 510㎞ 거리로 각각 차로 4시간, 5시간이면 갈 수 있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2030년 전기차 84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올 3분기(1~9월)까지 현대차,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 4만7095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12% 증가했다.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선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18종, 기아는 13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국내에서만 연간 144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가 본격 가동되면 판매가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터리 셀 공장을 인근에 설립할 예정이다. 파트너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도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들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울산 공장 내 주행시험장 부지에 신형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기아는 화성공장에 PBV(다목적 맞춤형 차량)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기로 했다. 두 곳 모두 미국 공장과 함께 2025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며, 국내·외 전기차 전용 거점 3곳을 발판삼아 수출을 크게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량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 직전인 2004년과 비교해 12%, 완성차 수출액도 같은 기간 79%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이 공장을 최고 수준의 미래형 혁신 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했다. 제조 혁신 플랫폼에는 ▲수요 중심의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안전하고 효율적 작업이 가능한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통해 근로자 작업 강도를 낮출 수 있고, 공정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물리적 방문없이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조지아 주 정부는 각종 인센티브를 단계별로 지급할 계획이다. 조지아 주의 인센티브에는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득 공제, 재산세 감면 등이 포함돼 있다. 주정부 산하 지방자치단체에선 발전소 용지 및 도로 건설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