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5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창사 이래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착공식을 가졌다. 조지아주 서배나항 인근 브라이언카운티 1183만㎡(약 358만 평) 부지에 지어지는 이 공장은 연간 30만대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추고 2025년 초 양산을 시작한다. 현대차는 미국 투자금(약 55억달러)의 30%를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로 받는다.
이날 착공식에서 조지아주 관계자들과 함께 첫 삽을 뜬 정의선 회장은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그룹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최적의 파트너를 찾았다”며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정의선 회장이 지난 2020년 회장에 취임한 뒤 처음으로 건립을 결정한 신설 공장이다. 2002년 아버지인 정몽구 당시 회장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착공하고 ‘쏘나타’를 내세워 미국 시장 개척에 나선 지 20년 만에 정 회장이 전기차 ‘아이오닉5’를 내세워 새로운 승부에 나서는 것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내 경제 어젠다가 미국 국민을 위해 계속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의 약속은 브라이언 카운티 공동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의 첫 공장, 첫 모델은 ‘아이오닉5’
이 공장의 공식 명칭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로 향후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전기차 5~6종을 생산하게 된다. 첫 생산 모델은 ‘아이오닉5’로 정해졌다.
2005년 가동을 시작한 앨라배마 공장의 첫 생산 모델은 쏘나타였다. 당시 가성비 좋은 중형 세단으로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5년 만에 ‘앨라배마 연 30만대 생산 시대’를 열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제작된 전기차로 ‘독일 올해의 차’ ‘영국 올해의 차’ 같은 유력 상을 휩쓸며 미국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필두로 2030년 미국에서 연간 전기차 84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앨라배마·조지아 공장도 전기차 설비로 차근차근 전환할 예정이다. 앨라배마에서는 연말부터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현지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은 올 1~9월 미국에서 전기차를 전년 동기의 3배인 4만7095대 팔았다.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면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대규모 통합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는 데에는 정 회장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시장 상황을 보면서 기존 설비를 조금씩 변경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 대전환을 맞아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파이 자체를 키우고, 이를 통해 수출량도 크게 늘리겠다는 의지”라며 “실제 정몽구 회장의 미국 개척으로 국내 공장의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공장이 세워지면 미국엔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연 37만대)과 기아 조지아 공장(연34만대)을 합쳐 약 100만대 생산 체제가 구축된다. 이들 공장들은 차로 4~5시간 거리에 있어 ‘3각 거점’을 형성, 각종 부품 조달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국내에 건설할 예정인 울산공장 전기차 전용 공장과 기아 화성공장 내 PBV(다목적 맞춤형 차량) 공장이 2025년 양산을 시작하면 전기차만으로 60만대 생산 체제가 구축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2030년 전 세계에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로보틱스·AI 적용한 스마트공장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공장을 최고 수준의 미래형 혁신 공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도입한다. 여기엔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인간친화적 설비 등이 포함돼 있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통해 근로자 작업 강도를 낮추고, 공정 내 문제가 발생하면 메타버스(가상세계)에 구축된 가상 공장을 통해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 중심의 미래 공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메타 플랜트’라는 이름도 이런 측면을 반영해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