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최초의 여성 익스테리어(외관) 디자이너로 활약 중인 한국 디자이너 박슬아씨. 그는 지난 7일 아우디가 공개한 럭셔리 콘셉트카‘어반스피어’외관을 디자인했다. /이태경 기자

운전이 필요하지 않은 자율주행 시대에 차량은 어떤 모습일까. 움직이는 이동 수단을 넘어 휴식 공간이나 사무실, 영화관으로 변하는 차량은 더는 낯선 얘기가 아니다. 아우디가 지난 7일 서울 ‘하우스 오브 프로그레스’에서 공개한 럭셔리 콘셉트카 ‘어반스피어’는 이런 미래차의 모습이 극대화 돼있다. 어반스피어는 아우디가 내놓은 3종의 ‘스피어 콘셉트카’ 중 하나다. 탑승자를 둘러싸는 영역(sphere)을 주제로 만든 차량인데, 어반스피어는 그중에서도 가장 넓은 공간과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내부 디자인에는 고객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했다. 중국에 있는 아우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대도시에 사는 고객층을 직접 인터뷰해 그들의 목소리를 내부 디자인에 담았다. 고객들은 대도시의 교통 정체 속에서 차량이 제2의 생활 공간이 돼 줄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을 통해 B필러를 과감히 없애고 양쪽으로 활짝 열리도록 설계된 앞·뒤 도어, 회전이 가능한 4개 시트 등이 장착됐다.

아우디는 어반스피어의 외관을 ‘바퀴 달린 우주선’으로 정의했다. ‘모놀리틱(monolithic·이음매가 없이 일체화된) 디자인’을 적용해 라인을 없애고 면을 부각시켰다.

외관 디자인을 책임진 건 바로 아우디 최초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 활약하는 한국 디자이너 박슬아씨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어반스피어는 대도시에서 퍼스트 클래스의 여유를 즐기는 콘셉트로 개발됐다”며 “디지털과 메탈을 결합한 웅장하고 자신감 있는 디자인을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헤드램프에는 자신감 있는 눈의 형상을 그리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후면부에는 LED 라이팅 시스템을 달아 기술적인 진보를 상징했다”고 강조했다. 라이트가 꺼지면 아우디 정체성으로 불리는 전면 싱글 프레임 디자인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하고, 팔라듐 소재 캐릭터 라인은 차체를 낮아 보이게 해 미래 지향적 느낌이 배가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디자이너는 이번 디자인을 위해 전위적인 디자인 형상도 여럿 참고했다고 한다. 그는 “아우디 본사에서 일하는 남성 디자이너들(약 50여명)에 비해 자동차를 조형적으로 접근하는 편”이라며 “미래 라이프 스타일 반영을 위해 스케치 때부터 조각품을 깎는다는 심정으로 디자인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