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을 맞은 쌍용차가 회사 안팎에서 부활을 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KG그룹에 인수된 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3년 만에 딜러 초청 행사도 열었다. 쌍용차는 올해 10월까지 내수 5만6725대, 수출 3만6919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30%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7월 출시돼 1만6000대가 팔린 토레스 덕이다. 그러나 완성차 업계에선 쌍용차의 손익분기점을 15만~16만대가량으로 본다. 이를 위해선 수출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나는 어제 지시한 내용을 오늘 보고받고 싶다”며 쌍용차 변신을 독려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지난 21일 유럽 지역 딜러 60여 명이 쌍용차 평택 공장을 방문했다. 쌍용차가 해외 딜러들을 본사로 초청한 건 2019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기업 회생 절차로 약해졌던 딜러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기술에 방점 둔 조직 쇄신

지난 8월 KG그룹에 인수된 쌍용차는 지난달 말까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사내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도 모두 교체하고 기존 7개 본부 조직을 사업·경영지원 2개로 나눈 후 8개 본부 체제로 바꿨다. 쌍용차 고위 관계자는 “기존 쌍용차 경영진인 정용원 전 관리인과 KG그룹 내에서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엄기민 KG ETS 대표에게 각각 부문장을 맡겨 균형을 맞췄다”고 말했다. 통상 기업에서 임원 인사가 있으면 외부에 알리는 게 보통이지만 쌍용차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인사 결과를 두고 불필요한 잡음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쌍용차는 조직 개편에서 28명의 임원을 신규 선임했다. 새로 임명된 임원 28명 중 재직 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이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주요 구성원들의 얼굴이 대거 바뀌었다. 그동안 쌍용차를 이끌었던 국내영업본부장·구매본부장·해외영업본부장이 모두 물러나고, 엄상현 경영지원본부장, 권용일 구매개발본부장, 김광호 국내사업본부장, 이연재 해외사업본부장이 새로 선임됐다.

눈에 띄는 것은 기존 쌍용차 멤버 중 김헌성 기술연구소장이 유임됐다는 점이다. 기술연구소 아래에는 첨단 기술을 통합 관리하는 ‘전자통합개발사업부’도 신설됐다. 전기차 개발 등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쌍용차는 중국 완성차 업체 BYD와 손잡고 개발 중인 ‘U100′, 코란도 후속 모델인 KR10 등도 내년부터 잇따라 출시해 판매 모델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자료=쌍용차 및 업계·한국자동차연구원

◇3년 만에 해외 딜러 초청도

쌍용차는 지난 21일 1박 2일 일정으로 독일과 벨기에 등 유럽 지역 딜러 60여 명을 평택 공장에 초청했다. 쌍용차가 해외 딜러를 본사로 부른 건 2019년 10월 이후 3년여 만이다. 지난 19일에는 칠레에서 중남미·중동·아프리카 딜러들을 불러 간담회와 시승 행사도 가졌다. 완성차 업체에 딜러 관리는 판매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 중 하나다. 특히 쌍용차처럼 글로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브랜드일수록 현지 딜러 입김이 세기 때문에 반드시 이들과 마케팅, 상품 전략을 공유하고 협의해야 한다. 쌍용차가 딜러 관리 업무를 재개했다는 건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차량 판매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 견해다. 쌍용차는 최근 대리점에 6~6.5%인 기존 판매 수수료를 5%로 하향 조정하는 안을 제시했는데, 이 역시 판매망 쇄신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쌍용차는 내년부터 인기 SUV인 토레스를 수출 전선에도 본격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칠레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시장, 터키를 중심으로 한 중동 시장에 토레스를 본격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남미, 중동 지역에서 7000대가량을 판매하고 있지만, 신차가 투입될 경우 1만대를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해외 딜러들도 SUV 판매 모델을 늘려달라고 요구한다”면서 “고물가로 인해 가성비가 핵심 구매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데, 토레스를 앞세운 쌍용차가 틈새시장을 겨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