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준대형 전기차‘더 뉴 EQE’는 내연기관 못지않은 승차감을 자랑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제공

벤츠 준대형 전기 세단 ‘더 뉴 EQE’를 타봤다.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모델인 E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으로, 벤츠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VA2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가격은 1억300만원이다.

시트에 앉아 핸들을 잡으니 묵직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독일 차 특유의 단단한 승차감이 하단에 깔린 배터리 때문인지 한층 배가됐다. 저속 주행시 더 잘 느낄 수 있는데, 무겁지만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전기차지만 급가속을 했을 때 치고 나가는 느낌이나 감속할 때의 느낌은 내연기관차와 비슷하게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페달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을 만큼 힘이 강해 도로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코너링 구간에서 속도를 높여 고속으로 주행할 때도 흔들림이 적었고 직진으로 바뀌는 구간에선 부드럽게 전환이 이뤄졌다.

대거 탑재된 첨단 기능도 이질감 없이 사용이 가능했다. 12.8인치 OLED 디스플레이에 운전자가 자주 쓰는 기능 버튼을 띄워주는 ‘제로 레이어 기능’이 탑재됐다. 음성 명령으로 통풍 시트 같은 편의 기능을 작동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마사지 시트의 성능도 기대 이상이었다. 카메라를 통해 차량 주변을 360도로 보여줄 뿐 아니라, 특정 화면 확대도 가능한데 골목길이나 주차시 쏠쏠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EQS가 S클래스와 비교해 다소 아쉬운 전기차였다면, 반대로 EQE는 E클래스보다 상위 등급 차량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간 거리) 길이는 3120㎜로 10세대 E클래스 보다 180㎜ 길어졌다. 이에 따라 앞좌석 숄더룸(어깨 공간)과 실내 길이가 각각 27mm, 80mm 늘었다. 다만 쿠페형 라인 때문인지 뒷좌석에선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성인 남성 기준 머리 위로 주먹 하나가 들어가지 않았다. 시트 하단의 발을 움직일 공간도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트렁크 공간 역시 E클래스보다 100L 이상 적은 430L다.

내연기관 모델과 다르게 쿠페형으로 만들어져 낮고 역동적인 외관이 강조됐다. 앞이 뒤보다 낮게 설계돼 양산 차량 중 가장 낮은 수준인 0.22Cd의 공기 저항 계수를 확보하는 데 일조한다. 스포일러를 단 후면부 길이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짧은 것도 특징이다.

EQE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471km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다만, 핸들 옆에 달린 변속 패들로 회생 제동(감속할 때 버려지는 에너지를 배터리 충전에 활용하는 것) 정도를 3단계로 조절해 전기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오토로 지정해 놓으면 앞차와의 거리 등을 반영해 회생 주행 정도를 스스로 결정한다. 회생 제동을 활용하면 운전 습관에 따라 500㎞를 넘는 주행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