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위해 29일 SK온과 ‘북미 배터리 공급 협력’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도 미국 배터리 공장 건립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사 한 곳에만 의존하지 않는 현대차그룹의 ‘멀티 소싱’ 전략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가 SK온·LG엔솔 두 회사와 추진하는 배터리 공장은 각각 30GWh(기가와트시) 규모로, 투자 금액은 30GWh 공장 하나당 2조5000억원대로 알려졌다. 공장 입지는 신설 전기차 공장이 예정된 미 남동부 지역 일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주요 전기차 공장에 2025년 이후 SK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공급 물량과 협력 형태 같은 구체적 사안은 향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미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해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급성장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바이든 행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도 점진적으로 전기차 설비로 전환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시작으로 현대 아이오닉5, 기아 전기 픽업트럭 등을 현지 생산해 2030년 미국 전기차 판매량 84만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현대차의 멀티 소싱 전략은 미국에서 LG에너지솔루션하고만 145GWh 규모의 3개 합작 공장을 짓는 GM이나 SK온과 129GWh 규모 3개 공장을 짓는 포드와 대비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여러 부품사를 경쟁시켜 위험을 분산하는 것 외에 배터리 업체들의 자금 조달 사정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