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된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의 전면부를 보면 차의 전면 보닛과 범퍼 사이를 가로지르는 얇고 긴 램프를 하나 볼 수 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그랜저의 이 디자인을 두고 “일자 눈썹처럼 보여 시선을 확 끈다”는 반응이 여럿 나온다. 현대차가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끊김 없이 연결되는 수평형 램프)’라고 부르는 이 주간주행등 디자인은 작년 4월 현대차의 MPV(다목적차량) ‘스타리아’에도 적용됐다. 2024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아이오닉7의 콘셉트카 ‘세븐’에도 수평형 램프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출시될 현대차의 다양한 신차에도 수평형 램프를 자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에 ‘패밀리룩’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패밀리룩은 같은 브랜드의 여러 모델에 비슷한 디자인 요소를 넣는 것으로, 브랜드 디자인에 통일성을 주면서도 차량 외관을 돋보이게 한다. 특히 패밀리룩은 최근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는 전면부 흡기구와 후면부 배기구 등 내연기관차에서 필수였던 요소가 사라져 디자인이 훨씬 자유롭다. 또, 완성차 업체들은 많은 모델의 내연기관을 만들기보다는 소수의 전기차 모델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개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패밀리룩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과 변화를 소비자에게 더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차 시리즈 EQS·EQE 등에서도 이같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유선형의 검은 패널 소재 한 덩어리가 내연기관의 라디에이터 그릴 자리에 씌워져 있고, 가운데 크게 삼각별 벤츠 로고가 있는 형태를 띈다.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이라 불리는 벤츠 전기차 특유의 패밀리룩이다. 벤츠는 이 패널 뒤에 카메라·라이다 등 첨단 센서를 넣어 기술과 미적인 요소를 결합했다. 벤츠 전기차는 뒷부분이 아치형으로 떨어지는 패밀리룩도 공유하고 있다. BMW는 전통 패밀리룩인 키드니 그릴(신장처럼 생긴 흡기구)을 전기차에도 계속 적용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 키드니 그릴은 내연기관 그릴보다 세로로 더 길고, 각진 육각형 형태를 두드러지게 만들어 내연기관차와 차별화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전면·후면 두 줄로 그어진 램프를 패밀리룩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패밀리룩은 브랜드 파워가 있을수록 효과가 크다”며 “국내 브랜드에 패밀리룩 적용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브랜드 파워가 커졌다는 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