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부품사 HL만도는 지난해 12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사업을 따로 떼어내 ‘HL클레무브’로 분사했다. 그만큼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반자율 주행에 필요한 센서(카메라·레이더)와 통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현대차·쌍용차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에 공급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매출은 9717억원, 영업이익은 48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다. 통상 2~4% 수준인 국내 1차 부품사 영업이익률 대비 높은 편이다. 이 회사는 연 매출이 올해 1조4000억원에서 2026년엔 2조4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애플이 무인 자율차 개발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자동차업계에 “완전 자율 주행은 너무 먼 얘기”라는 비관론이 커졌다. 아직 기술도, 돈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율 주행 센서와 제어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들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신차들이 ‘레벨2’ 단계의 반자율 주행 시스템을 기본 장착하면서 ADAS 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ADAS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272억달러에서 2030년 830억달러(약 10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11.9%에 달한다.

◇108조원 시장 열린다

ADAS는 운전자의 주행·주차를 돕는 시스템으로 ‘레벨2’ 단계 자율 주행 기술에 대거 적용되고 있다. 2단계는 ‘차선 이탈 경고’ ‘차선 중앙 유지’가 기본이고,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 달리는 ‘스마트 크루즈’ 기능이 가장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이 경차 캐스퍼·레이까지 이 기능을 탑재할 정도로 최근 출시되는 모든 차에 거의 ‘필수 옵션’으로 탑재되고 있다. 2025년엔 신차의 85%에 크루즈 기능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자율 주행 2단계가 ADAS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3단계, 4단계로 기술이 진화하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레벨2’ 차량은 전방 카메라 1개, 전방 레이더 1개가 기본으로 탑재된다. 백미러 뒤에 달리는 전방 카메라와 전면 엠블럼 부근에 달리는 전방 레이더만 있어도 차선 이탈 방지, 차로 유지,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거의 모두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차선 변경 시 경보를 위한 후측방 레이더 2개, 차량 주변을 360도로 보여주는 후방·좌우측 카메라도 최근 대다수 신차에 탑재되고 있다.

최근엔 차선 변경, 끼어드는 차 인식 같은 2.5단계 기술을 제네시스·그랜저 같은 차에 선택 사양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측방 레이더 2개가 추가로 필요하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되는 G90에는 고속도로 자율 주행 같은 3단계 기술이 적용되는데, 첨단 장애물 인식 센서인 라이다까지 적용한다. ADAS 부품업계 관계자는 “자율 주행 기술이 발전할수록 각종 센서와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ADAS 시장 겨냥한 분사·합병 활발

해외에서도 종합 부품사들이 ADAS 사업부 분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ADAS 전문 회사인 앱티브(연 매출 20조원)는 2017년 미국 종합 부품사 델파이에서 분사된 회사다. 앱티브는 로보 택시 기술 기업 ‘모셔널’을 현대차와 합작하고, 제네시스 차량에 코너 레이더를 공급하면서 현대차와 인연을 맺고 있다.

역시 ADAS 기업인 비오니어는 지난 2018년 스웨덴 부품사 ‘오토리브’에서 분사됐다. 지난해 퀄컴은 비오니어의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자회사인 ‘어라이버’를 인수하기 위해 사모펀드와 손잡고 비오니어를 통째로 인수하기도 했다. 프랑스 부품사 포레시아는 지난 2월 독일 헬라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는데, 업계에선 ADAS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