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최근 현대차·기아 임원들은 테슬라 차량을 타고 서울 양재동 사옥을 출퇴근하고 있다. 타사 차량 이용을 금기시하는 현대차그룹 문화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정의선 회장이 “임원들이 테슬라를 직접 타보고 장단점을 보고해달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테슬라 대표 차량인 모델3와 모델Y를 60여 대 리스해, 지난달부터 연구개발 본부뿐 아니라 영업·구매·마케팅·품질·기획 부서 임원들에게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까지 빌려주고 있다. 200여 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약 1년간 시승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특히 “하루 이틀 타서는 그 차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최소 한 달 이상은 진짜 테슬라 오너(소유주)처럼 타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고객의 눈높이에서 고객이 원하는 차를 만들자”고 독려하는 정 회장의 고객 중심 철학이 반영된 이벤트라는 해석이다. 정 회장도 평소 현대차 남양연구소 트랙에서 경쟁사 차량으로 주행 테스트를 해보거나, 해외 출장 시 경쟁사 차량을 렌트해 타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사정을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은 평소에도 경쟁사 차량을 시승도 하고 분해도 하지만, 일선 의견이 위로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의사 결정권이 있는 임원들이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직접 경험해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시승 경험을 한 임원들은 테슬라 차량에 대해 “저가 자재, 거친 승차감은 단점이지만 혁신적인 UI(사용자인터페이스)로 차별화하고 있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과감하지만 오류가 많고 위험할 때가 많다”는 식으로 평가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한 임원은 “한 달 정도 테슬라 전기차를 타면서 다양한 무선 업데이트에 환호도 하고, 창문을 닫았는데 다시 열리는 황당한 오류에 분개도 하는 경험을 했다”며 “현대차가 경쟁사의 장점만을 취해 추가한다면 훨씬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