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연합뉴스

수출 경기의 바로미터인 컨테이너 해상 운임이 27주 연속 하락하며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전 세계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감소하자 컨테이너 선사들이 저가 경쟁을 벌이는 탓이다. 내수 경기에 민감한 중고차 시장에선 재고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 올 들어 중고차 딜러들이 매입해 놓고 되팔지 못한 차량이 급증하면서 1~11월 중고차 재고는 역대 최대인 11만대까지 늘었다. 수출·내수 선행 지표가 동시 부진을 겪으면서 내년 한국 경제가 암울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 초 정점 찍은 해상 운임, 급강하 중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3일 전주보다 16.2포인트 내린 1107.09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0일 이후 27주 연속 하락해 2020년 7월 31일(1103.47) 이후 최저점으로 추락했다. 사상 최고치인 올해 1월 7일(5109.6)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코로나 당시 세계 경제 회복기에는 물동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해상 운임이 폭등했지만,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쇼크로 1년도 안 돼 글로벌 물동량이 급감한 탓이다.

해운 운임이 경기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가 이미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석주 해양진흥공사 해운정보팀장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운임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같은 요인들이 겹쳐 요금이 급격히 하락했다”며 “내년에는 운임 지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 SCFI는 700~900선이었다. 내년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하락하면 해운 업체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코로나 특수’를 누려온 국내 최대 해운사 HMM도 실적 부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HMM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3조148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2분기 2조9371억원, 3분기 2조601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중고차 재고 역대 최대… SUV가 더 안 팔려

올해 전국 중고차 딜러들의 승용차 매입 대수는 96만227대지만, 이 중 84만7673대만 되팔려 11만2554대가 재고로 남았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재고 물량(6만3840대)의 1.8배로 역대 최대다. 자동차 할부 금융 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약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구매층은 대부분 서민으로 70%가 할부로 구매한다”며 “신차 할부보다 높은 11~15% 금리가 적용되고 있어 사려는 사람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3~4년간 신차 시장에서 인기가 치솟았던 SUV가 중고차 시장에선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올해 쌓인 11만대의 재고 차량 중 절반(52%) 이상이 SUV로, 현대 팰리세이드·싼타페·쏘렌토·투싼 순으로 재고 비율이 높았다. 차가 크고 가격이 비쌀수록 재고가 많이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올 상반기 신차 공급 부족으로 ‘신차급’ 중고차 가격이 치솟자, 딜러들이 너도나도 비싼 값에 차를 샀다가 급격한 경기 하강을 맞은 것도 한 원인이다.

영세 중고차 딜러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영세 개인 딜러들은 차를 살 때 캐피털사의 할부 금융을 이용하는데, 차가 팔리지 않자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해성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 사무국장은 “영세 중고차 매매상들이 부도가 나 잠적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중 전국 5만여 딜러 중 20~30%가 부도·파산 같은 심각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 시장 전망도 어둡다. 이미 BMW·아우디 같은 수입차 업체들은 재고가 쌓이자 최대 20%에 달하는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신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 감소한 169만5000대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5년간 평균 판매(182만2000대)의 93% 수준이다. 내년에는 기저효과로 1.5% 증가를 예상하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