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가 2023년 새해 29종 이상의 신차(부분변경 포함)를 출시한다. 이들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고금리로 인한 수요 둔화, 실적 감소 위기를 신차 투입으로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엔 전동화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불리는 ‘대형 전기 SUV’가 전면에 등장한다. 대형 전기 SUV는 중형이나 세단과 비교해 배터리 용량이 30%가량 크고 연료도 더 많이 소모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SUV를 대표 선수로 내세우는 것은 내년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을 내세워온 전기차가 종류와 크기에서 세분화하면서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내연기관차처럼 일상에서 이용하는 차로 소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동화의 마지막 단계, 대형화
기아는 내년 상반기 대형 SUV 전기차인 EV9을 출시한다. 3열 7인승인 이 패밀리카는 현대차그룹이 내놓는 첫 대형 전기 SUV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사용해 거대한 덩치에도 1회 충전으로 482㎞를 달릴 수 있다. 현대차는 또 다른 대형 SUV인 아이오닉7과 GV90도 개발 중이며, 2024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전기 세단과 중형 SUV를 잇따라 내놓은 벤츠도 대형 전기 SUV인 EQS SUV를 출시한다. 이 차량은 기존 내연기관 대형 SUV인 GLS의 전기차 버전이다. 유럽 기준 1회 충전에 6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차량으로 벤츠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중형 SUV 폴스타2로 테슬라 모델3·Y에 이어 올해 수입 전기차 판매 3위를 기록한 폴스타도 대형 전기 SUV인 폴스타 3를 국내에 출시한다. 도요타도 쿠페형 전기 SUV인 ‘렉서스 RZ 450e’를 내년 출시한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출시를 두고 대부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세단이나 중형 모델을 먼저 내놓은 후 점차 차량 크기를 키우는 방식이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준중형 SUV), 아이오닉6(중형 세단), 아이오닉7(대형 SUV) 순으로 개발 순서를 정한 게 대표적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개발 초기엔 1회 충전거리 등 효율이 중요한 데다 비용 장벽 탓에 작은 차 중심의 개발이 먼저 이뤄졌다”며 “배터리 성능, 제조 기술 향상으로 대형차 등 전기차 종류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했다.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쌍용차(KG모빌리티)는 중형 SUV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프로젝트명 U100)을 출시한다. 최근 쌍용차의 판매량 상승을 이끈 토레스의 인기가 전동화 모델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하이브리드, 인기 모델 부분·완전변경도
완성차 업체들은 내년 하이브리드 차량도 대거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는 내년 국내 미니밴 시장의 최강자인 카니발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기아는 기존 가솔린, 디젤 모델 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BMW도 고성능 브랜드 M의 대형 하이브리드 SUV인 XM을 내놓는다. 푸조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인 뉴408을 선보인다.
내연차 인기 모델도 대거 부분·완전 변경을 앞뒀다. 현대차는 5년 만에 SUV 싼타페의 완전 변경 모델을 출시하고,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기아는 쏘렌토, K5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BMW는 세단인 5시리즈 완전 변경 모델과 대형 SUV인 X5, X6 시리즈의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이 외에도 아우디는 대형 SUV인 SQ7을, GM의 프리미엄 픽업, SUV 전문 브랜드 GMC의 픽업트럭인 시에라 드날리도 출시된다. 한국 GM은 창원 공장에서 시험 생산 중인 트랙스의 후속 모델인 소형 SUV를 출시할 예정이다. 테슬라의 경우 내년 3분기쯤 모델3의 부분 변경 모델 생산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정확한 시점과 국내 출시 여부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