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추진하는 보조금 제도 개편의 핵심은 저온·상온 주행거리 같은 전기차 성능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 신기술을 포함한 전기차 제조사의 역량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조금을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달성한 업체에 주는 이행 보조금도 기존 대당 최대 7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높인다. 2011년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폭의 손질이 이뤄지는 것이다.

◇보조금 20만원 줄이고 업체별 차등 강화

올해 전기차 국고보조금 대당 상한액은 700만원이다. 환경부는 내년엔 이를 680만원으로 낮춘다. 대신 보조금 100% 지급 대상을 5500만원 이하 전기차에서 5700만원 이하 전기차로 확대한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보조금 지급 기준에 ‘사후 관리’라는 항목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직영 AS 센터 운영, 정비 이력과 부품 관리 전산시스템 운영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업체들에 직영 AS 센터임을 증명할 수 있는 계약서와 건축물 대장, 전산시스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사실상 국내 완성차 5사만 만족시킬 수 있는 기준으로, 직영 서비스센터가 없는 수입차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입차 업계는 “직영 서비스센터 등을 이유로 보조금에 차등을 두는 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기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들어보지 못한 제도를 고안해 업체 간 보조금 혜택 격차를 벌리고 있다”며 “결국 수입차 구매 고객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신기술과 충전기 보급 같은 기준을 새로 만들어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집이나 건물 등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방향 충전 기능’을 갖춘 전기차에 15만원을 더 지급하고, 지난 3년간 급속충전기 100기 이상을 설치한 제조사에도 15만원의 보조금을 더 지급한다. 이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업체는 현대차그룹 뿐이다.

친환경차 보급 목표제를 달성한 업체에 주는 이행 보조금은 기존 최대 7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높인다. 이는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가 많은 10개 업체(국내 완성차 5사, 벤츠, BMW, 도요타, 아우디폭스바겐 등)만 대상으로 하는 보조금이다. 내년부터 이행 보조금 액수가 2배로 늘어나면서 이를 수령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새로운 보조금 제도는 성능과 안전에 기반해 차등을 둔 기존 보조금 제도안을 강화한 것”이라고 했다.

◇왜 이런 안이 나왔나

완성차 업계에선 환경부가 보조금 제도를 큰 폭으로 손질하는 배경으로 중국산 전기차의 부상을 꼽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산 전기버스는 436대가 팔려 한국 시장의 48.7%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약진에는 국내 보조금 제도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산 전기버스에 지급된 보조금이 상반기에만 790억원이었다. 더욱이 내년에는 글로벌 전기차 1위 BYD가 한국에 진출한다. BYD는 세단과 SUV 등 자사 차량에 대한 국내 상표 등록도 마쳤다. 내년 직영 서비스 센터 등 사후 관리에 따른 보조금 차등 지급이 이뤄지면 이들 중국 업체에 대한 보조금 삭감은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환경부의 보조금 개편 방향이 미국의 IRA를 반대하며 우리 자동차 업계가 주장했던 논리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IRA 시행 이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은 “한국 정부는 미국산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동등하게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주행거리 등 성능으로 차량별 차등이 이뤄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며 “수입차를 차별하자는 게 아니라 안전, 사후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는 취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