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각) 태국 방콕의 테슬라 공식 출시 행사장에 테슬라 모델 Y가 검은 천으로 덮인 채 놓여 있다. /연합뉴스

6개월 전 테슬라 모델 Y 차량을 7999만원에 계약한 김모(34)씨는 차량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원래 6999만원이었던 가격이 1000만원이나 오르더니, 1억 가까이 갔다가 다시 800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라며 “한 두푼도 아닌데 차가 주식도 아니고, 횟집 시가도 아니고 오락가락하니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테슬라의 국내 판매 가격이 10% 이상 인하됐지만, 오히려 구매를 취소하거나 취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차량 인도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9일 “이미 인도 받았는데, 다음날 가격 1000만원 내린다고 발표하면 억울해서 그 차를 타겠느냐” “오락가락하는 가격 정책에 브랜드 신뢰도까지 하락해 구매 못하겠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앞서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국내 판매가를 5차례 인상했다. 그러다 올해 1000만원 가까이 내려 차량 가격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현재 모델3 국내가는 600만 원 내린 6434만 원으로, 모델Y는 1200만 원 내린 8500만 원으로 조정됐다. 급격한 가격 인하로 테슬라 신차보다 중고차 값이 높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고차 거래앱 SK엔카에는 모델3가 6600만원에 올라와 있다. 현재 신차 가격(6434만원)보다 비싸다.

지난 7일 테슬라 서울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 사고와 테슬라의 대응 방식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주차된 모델X 차량에서 배터리 열폭주로 차량의 절반이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말이라 테슬라 서비스센터는 운영되지 않았고, 소방 당국은 테슬라 엔지니어를 찾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불은 2시간 48분 만에야 완전히 진압됐다. 인터넷에는 “다둥이 아빠라 안전이 중요한데 이번 화재 사건은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와 구매를 다시 생각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과거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팬심’으로 테슬라 오너(소유주)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후에 보여준 경영상의 혼란 등으로 ‘오너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트위터의 위기상황 대응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테슬라의 부진을 부채질 했을 수 있다”며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에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